"15년간 아꼈던 70점대 통장, 청약에 날렸습니다"

입력 2021-11-24 07:04
수정 2021-11-24 09:57

인천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최근 분양한 단지들의 청약통장 최고점은 70점대를 넘겼다. 4인 가족이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점수가 69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약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엔 가계부채 대책 여파로 구축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데다 임대차 시장에서도 전셋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연말까지 분양 아파트들의 윤곽이 들어나면서 '막차'라고 타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요자들도 아꼈던 통장이라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다. 인천에 70점대 청약 통장 던져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2일 당첨자 발표를 한 ‘송도자이 더 스타’ 당첨 가점 최고점은 74점을 기록했다. 전용 84㎡A 기타지역에서 나왔다. 74점은 5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다. 인천이 아닌 지역에서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무주택기간(15년 이상)과 통장 가입 기간(15년 이상)을 최대로 채운 세대주가 넣었다는 얘기다.

전용 99㎡A 해당지역과 전용 103㎡T 해당지역에서도 각각 71점짜리 청약 통장이, 전용 84㎡B 기타지역에서도 70점짜리 통장이 당첨됐다.


이 단지는 1533가구를 공급하는 1순위 청약에 2만15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3.1대 1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만2000여명에 달하는 청약자들은 서울과 경기에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이라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타 지역 수요자들이 몰렸다는 얘기다.

이날 당첨자를 발표한 학익 SK뷰 역시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전용면적 84㎡A형에서 최고 가점인 75점이 나왔다. 1순위에서 27가구를 모집하는데, 2753명이 몰려 101.9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주택형이다.

전날 당첨자를 발표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여의에서도 70점대 청약 통장이 등장했다. 전용 59㎡A 해당지역의 최고 당첨 가점은 72점을 기록했다. 이 면적대는 66가구를 공급하는데 844명이 몰려 12.79대 1을 기록했다. 전용 59㎡B 당첨 가점 최고점도 69점을 기록했다. 총 11개 주택형 가운데 최고점이 60점을 넘지 않는 곳은 전용 52㎡, 전용 62㎡, 전용 72㎡B 3곳 뿐이었다.

"연말 분양 막차 타려는 수요 몰려"연내까지 분양 막차를 타기 위해 건설사와 예비 청약자들 모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모델하우스가 열리는 '수퍼 위크'다. 적어도 이번주에 모델하우스를 열어야 올해 안에 계약이 가능해서다. 전국 기준 총 23곳이 문을 열 예정으로 한 주 기준 최다 분양을 기록한 지난달 마지막 주(15건)와 이달 첫째 주(15건)를 크게 웃돈다.

예비 청약자들은 연말까지 계약을 하고 대출방법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계속된 정부의 '돈줄 죄기' 정책이 내년에는 한층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내고 내년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제한하는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대출자의 연간 소득에서 갚아야 할 돈이 40%를 넘어가면 안된단 의미다.

문제는 내년부터는 DSR에 잔금 대출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올해 안에 신규 분양하는 단지의 중도금 대출과 내년 1월 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의 잔금 대출은 DSR 계산에서 제외되는 만큼 수요자들이 올해 안에 분양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다.

분양시장 관계자는 "집값이 너무 올라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많지만 내년에는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은 신규 단지 청약에 넣어야 한다는 예비 청약자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에서 분양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 집값 폭등을 본 실수요자들이 알짜 분양 단지를 골라 청약에 도전하고 있단 설명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시세 대비 분양가가 얼마나 저렴한지가 예비 청약자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두는 부분"이라며 "이 밖에 대출 문제, 공공택지에 지어져 다른 지역에서도 청약이 가능한지 등 쏟아지는 물량 속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