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미술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 못하다. 언제든지 다시 침체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술시장이 2007년 절정의 호황을 구가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꾸라졌던 전례도 있다. 이에 따라 미술인 3만7000여 명 회원을 보유한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해지고 있다.
한국미술협회는 한국 미술인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1945년 창설된 미술인 단체 조선미술협회가 모태로, 1961년 창립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 회원 수는 3만7000여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한국미술협회 회원전,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시상식 등을 진행한다.
협회는 이번 미술시장 활황기를 교두보로 삼아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 미술 향유 기회를 늘리고 컬렉터 저변을 확대하려면 작품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인 작가들의 처우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이광수 협회 이사장(사진)의 지론이다. 그는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든 건 반갑지만 일부 경매와 아트페어, 특정 작가에게 인기가 편중된 게 우려된다”며 “대형 갤러리와 옥션, 미술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일부 컬렉터는 미술시장의 건강한 질서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올해 선거에서 ‘복지미협’을 내세워 25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미술인 복지를 통해 실력 있는 미술인들을 키워내고, 미술시장의 토양을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최근 협회가 각종 수익사업에 뛰어든 것도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옥션, 미술올림픽, 대한민국미술대전 아트페어화, 미술품 가치 판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1월 10일에는 홍콩에 본부를 둔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전문업체 가이덤 재단과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미술거래 솔루션 공동 개발과 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술품 분할 판매와 공동구매, NFT 작품 등 최근 새로운 미술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시장에 뛰어들어 소비자들에게 신뢰성 있는 투자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협회 관계자는 “시장이 확장되고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면 다양한 작품군과 작품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미술협회는 3만7000여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보와 신뢰도 측면에서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협회는 새로운 유통경로를 통해 저평가된 블루칩 작가를 홍보하고 작품 전시·판매 수익 일부는 미술인 복지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글로벌 미술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술시장 규모는 0.02%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0.1%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협회는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예술인 복지를 기반에 둔 선한 중개인’으로서 시장 성숙에 더욱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