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양도세 크게 늘자…다주택자, 집 안 팔고 증여

입력 2021-11-22 17:34
수정 2021-11-23 00:19
‘종합부동산세 폭탄’이 떨어지면 집을 팔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 달리 증여나 월세로 ‘버티기’에 나서는 다주택자가 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워낙 높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거래 원인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총 7만9964건 중 증여 거래는 1만804건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후 1~9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번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1~9월) 3.8%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4년 만에 3.5배 이상 높아졌다.

보유세 부담이 커졌지만 매도 말고 증여를 선택하는 것은 양도세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대폭 상향됐다. 규제지역의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의 중과세율이 붙는다. 3주택 이상자는 중과세율 30%가 적용돼 최대 75%(지방세 포함 82.5%)에 달한다. 우병탁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높은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면 그 집과 비슷한 기격의 집을 다시 사기 힘들기 때문에 매도는 아예 선택지에 넣지 않는 다주택자가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도 매도를 망설이게 한다. 서울에선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담보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즉 한 번 팔면 세금 떼이고, 대출도 못 받기 때문에 원래 집과 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지역별로는 강남권에서 증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강동구는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약 26.4%가 증여로 이뤄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송파구 26.2%, 강남구 21.1%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은 종부세 부담이 큰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자녀 등에게 증여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계약이 완료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총 5만6175건에 달했다. 역대 같은 기간 최다 기록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23만4000원으로, 1년 전(112만원)보다 약 10.2%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증여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 팀장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계속 높아질수록 증여는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학군지 등 임차 수요가 많은 곳은 높은 월세를 부담하고서라도 살겠다는 임차인이 많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조세가 전가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