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가 94만7000명이라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한 해 새 42%(28만 명) 급증했다. 서울에서는 내년에 아파트 4채 중 한 채, 총 30만 채가 종부세 대상이다. 올해 고지된 세액도 5조7000억원으로 작년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어제 종부세 고지서 발부에 맞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며 재차 ‘2 대 98 편가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타당성이 결여된 주장일뿐더러, 지금 ‘종부세 폭탄’ 논란의 본질은 2%냐, 그 이상이냐가 아니다. 위헌소송 행렬까지 나타난 ‘종부세 대란’의 핵심은 이렇게 가혹한 ‘징벌·보복형 세금’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집값 폭등은 대통령도 거듭 사과한 그대로 정책 실패에 기인한 측면이 강한데, 급등기에 집을 사지도 않은 시민이 왜 세금 폭탄을 일방적으로 맞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해 다주택자를 겨냥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찾으려 하지만, 대상자 중에는 어이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 2주택자 중에는 상속주택 보유, 일로 떨어진 부부, 매매가 어려운 분양권 소유자 등 ‘피치 못 할 사정’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고 82.5%에 달하는 양도소득세에 퇴로가 막혀 머뭇거리다 벼락같은 고지서에 힘겨워하는 것이다. 그래도 ‘소수의 고통이니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정부가 이래도 되나. ‘납세자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편타당하고 지속가능한 세금이 될 수 있나.
납부자 73%가 1가구 1주택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된 종부세가 ‘고가주택 징벌세’, ‘정책실패 눈가림세’로 변질돼 버렸다. 급등한 공시가격, 해마다 오르는 공시가 시세반영률(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인상 등 3중의 중과세 장치를 그냥 두면 내년에는 어떤 충격파가 일지 겁난다. 아무리 서울이라지만 아파트의 25%가량이 종부세 대상일 만큼 중산층까지 낼 세금이 아닌 것이다. 궤도 수정이 시급하다.
경제부총리와 차관이 차례로 나서 ‘2 대 98’로 국민 갈라치기나 할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활빈당 노릇이나 하면 어떤 후과가 나타날까. 종부세 납부자는 다른 세금도 더 많이 낼 공산이 크다. 그런 납세자들이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정부에 적대감까지 드러낼 지경이면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설령 세금을 물리더라도 납세자에게 ‘(많이 내게 해) 죄송합니다’ ‘(성실히 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국민이 ‘세금 ATM’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