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의 한 산업단지에 대규모 알루미늄이 비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알루미늄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곳에는 검은색 방수포로 덮인 거대한 알루미늄 더미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호찌민에서 남중국해 해안 방향으로 50㎞가량 떨어진 한 산업단지에 180만t의 알루미늄이 숨겨져 있다”며 “현재 가치로 50억달러(약 5조9400억원) 상당”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부터 맥주 캔까지 모든 제조사가 알루미늄 공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베트남 세관당국은 (이를 시중에 푸는 데) 요지부동일 것”이라고 했다.
영국 무역회사 콩코드리소스의 덩컨 홉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들어 알루미늄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은 2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며 “베트남의 숨겨진 알루미늄 비축량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인 인도의 연간 알루미늄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공급난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수준이란 뜻이다.
베트남에 숨겨진 알루미늄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비롯됐다. 미국 정부는 2019년 베트남산 알루미늄 제품 수입이 급증하자 중국의 우회 수출을 의심해 베트남 세관당국과 함께 대대적인 반덤핑 조사를 벌였다. 중국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원산지를 세탁해 미국에 수출하는 방법으로 미국의 대중 관세 폭탄을 피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