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일자리가 기업 인력난 더 부채질"

입력 2021-11-22 17:09
수정 2021-11-23 01:16

공공 일자리를 확대한 영국 정부 정책이 민간 기업들의 극심한 인력난을 부채질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후 영국에서 늘어난 공공 일자리는 25만 개에 달한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21일(현지시간)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공기관들이 인력 채용 규모를 늘려 구인난에 허덕이는 민간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공공 일자리가 민간 기업 인력난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베일리 총재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공공 부문에서 20만~30만 명을 고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9년 말 이후 영국 공공 부문 채용 인력은 24만6000명이다. 공공보험인 NHS에서 가장 많은 11만8000명을 충원했다. 행정(5만8000명), 경찰(1만6000명), 교육(1만2000명), 군대(6000명) 등도 인력 수요가 컸다. 철도기업 등 기타 공공 부문 종사자도 4만1000명 늘었다.

그사이 민간 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였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영국 일자리는 지난달 기준 129만8000개에 이른다. 일하겠다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정부까지 인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자 기업들의 임금 부담은 커졌다. 더글러스 맥윌리엄스 경제비즈니스연구센터 회장 대리는 “상대적으로 편한 곳이라고 알려진 공공 부문 미숙련 일자리 상당수는 접객업 종사자들이 메웠을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 고용주들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음식점 술집 등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영국 접객업 분야에 빈 일자리는 지난달 기준 15만1000개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인력 수요가 늘면서 12월 말 이 분야 일손 공백은 16만3000개에 이를 것이라고 영국 통계청은 내다봤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황을 맞았던 음식점 호텔 등이 올해 인력난 때문에 다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접객업단체인 호스피탈리스트의 케이트 니컬스 대표는 “식당 호텔 등에선 정부가 고용한 노동자를 민간 부문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