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잇따라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나오면서 이들에게 자금을 대는 벤처캐피털(VC)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VC산업도 성장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실제 매출 이익이 매년 수십% 성장하는 대형 VC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16일 상장하는 KTB네트워크도 그런 사례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사진)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년간 엑시트(수익 회수)가 가능한 기업을 2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에도 고성장을 이어가며 주주들과 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KTB네트워크는 최근 4년 순이익이 연평균 70%씩 늘었다”며 “주기적으로 투자 이익을 회수하며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KTB네트워크는 작년 순이익이 358억원으로, 전년(151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 대표가 회사의 성장을 예상하는 근거는 1조1195억원에 달하는 운용자산(AUM)이다. 김 대표는 “운용자산이 늘어나면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 되고 실적 변동성이 줄어든다”며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공모자금도 운용자산을 키우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2024년까지 운용자산을 2조원으로 늘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VC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정적 성장을 위해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도 구축했다. 해외 투자 기업으로는 소피, 몰로코, 호라이즌로보틱스, 그로퍼스 등 다수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국내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 엔젯, 팜캐드, 뉴로메카, 버넥트 등이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업 가치가 250억원일 때 최초로 투자했다. 현재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 가치는 8조원이 넘는다. 20억원을 투자한 나노프린터업체 엔젯도 추정 수익률이 5~6배에 달한다. 미국 플라잉카업체 조비에비에이션도 투자 원금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상장 이후에는 해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투자 비중이 감소했으나, 내년에는 과거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인도,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TB네트워크가 VC 대장주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희망 공모가 밴드(5800~7200원)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5800억~7200억원이다. 이달 29~30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시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