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신사업 투자입니다. 미래 사업에 대한 고민과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최근 열린 롯데케미칼 이사회에 참석해 사외이사들에게 이같이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와 함께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강조한 신 회장의 발언에서 절실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안정적 수익을 내는 기초 화학소재에 안주하지 말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기 사이클’ 타는 주력사업
2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일본 화학업체 2~3곳에 대한 지분투자 및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 모빌리티용 소재 등 특수화학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이미 일본 화학업체 몇 곳과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등에서 이견을 보여 무산됐다”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초화학소재 부문 강자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화학소재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소재다. 에틸렌 생산량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업체다. 지금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은 석유화학업체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졌다.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비중은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문제는 기초소재가 유가와 경기 등 시황에 따라 변동폭이 큰 ‘사이클 품목’이라는 점이다. 2017년 2조9297억원에 달했던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시황 악화로 2019년엔 1조1072억원에 그쳤다. 작년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56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올해는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기초화학소재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업”이라며 “최근 들어선 이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소재 분야 투자 강화”신 회장은 10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화학 사업을 대폭 확대해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기존 기초소재 사업만으로 세계 일류 화학기업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특수소재 분야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경영진에게 특수소재 사업 투자를 적극 주문하고 있는 배경이다. 신 회장은 올 들어 여덟 차례 열린 롯데케미칼 이사회에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참석하는 등 석유화학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현 첨단소재사업부에서 생산하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폴리카보네이트(PC), 열가소성 복합재(LFT)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생산한 폴리카보네이트계 감수제용 폴리에틸렌글리콜, 자동차용 아크릴로니트릴·스티렌·아크릴레이트(ASA) 수지 등 6개 특수소재제품은 올해 정부가 선발한 ‘2021년도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수소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그린암모니아’ 사업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롯데는 그린암모니아 생산부터 운송, 유통, 수소 추출 및 최종 활용까지 계열사들이 주축이 된 독자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