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관련주를 사들였던 개미들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 모습이다. '지옥' 공개 당일 대표적인 관련주들이 적게는 3%, 많게는 9% 가까이 빠지며 개인 투자자들의 속을 썩였지만 22일 일부 관련주가 하락분을 만회하고 큰 폭 오르고 있다. 주말 사이 '지옥'과 관련한 대형 호재가 등장한 것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전 10시 10분 현재 제이콘텐트리는 전 거래일 대비 5100(7.30%) 오른 7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22.89% 급등한 8만59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아이오케이도 전일보다 310원(15.98%) 오른 2250원을 기록 중이다. 제이콘텐트리는 '지옥' 제작사 클라이맥스스튜디오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어 대표 관련주로 꼽힌다. 아이오케이는 '지옥'의 주연 배우인 김현주의 소속사 YNK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관련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지옥'의 색 교정·보정 작업에 참여한 시각특수효과(VRX) 업체 덱스터는 쭉쭉 빠지고 있다. 개장 직후 10% 가까이 급등한 4만755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 현재 전 거래일 대비 3800원(8.75%) 떨어진 3만9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지옥' 기대감 등으로 지난 8일부터 전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해 103%가량 폭등한 것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주말 동안 '지옥'은 대형 호재를 맞았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률 1위라는 성적표를 손에 든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지난 20일 기준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벨기에, 홍콩, 멕시코 등 24개국에서 1위를, 인도와 프랑스, 브라질 등에서 2위에 올랐다. 그간 '넷플릭스 사상 최장 1위'로서 선두를 지켜온 오징어게임은 2위로 내려와, 글로벌 톱 1·2위를 나란히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튿날인 21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기반 애니메이션인 '아케인'에 1위 자리를 내줘 2위를 기록했다. 지옥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24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1위 자리 탈환을 엿보는 중이다.
이는 이른바 '역대급' 시청률 기록이다. '오징어 게임'의 기록을 일주일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TV쇼 부문 톱 1위에 오르기까지 8일이 걸렸지만 '지옥'은 하루 만에 그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오징어 게임' 학습효과인 것일까. 올 9월부터 본격화한 일명 'K콘텐츠' 열풍의 위력을 맛본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대표적인 '지옥' 관련주로 꼽히는 제이콘텐트리를 1000억원 넘게 사모았다. 특히 이달 1일부터는 무려 1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대형 호재를 받아든 만큼 전문가들은 '지옥' 관련주의 주가가 당분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병화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트리밍 순위는 주류문화로 편입됐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데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1위에서 선두를 차지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초대형 호재"라며 "오징어 게임의 후광이 가시지 않은 데다 지옥의 흥행이 시작된 만큼 관련주들의 주가 전망은 당분간 밝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란 지적도 나온다. 배우 전지현이 주연인 데다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로부터 200억원가량을 투자 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지리산'이 혹평 세례를 받은 만큼 예외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리산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지난달 23일 첫 방영을 앞두고 일주일간 21% 넘게 급등했지만 방영 이후 시청자의 혹평으로 25일 하루에만 19.78% 급락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