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대란이 종종 벌어지는 월요일 오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협력사와 회의를 마치고 14㎞ 거리인 여의도의 사무실로 15분 만에 복귀해 회의 결과를 보고한다. 교통 체증이 심한 서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들리지만,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플라잉 카’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모빌리티(UAM)를 이용하면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이동 시간을 이렇게 줄일 수 있다. 최근 통신사들은 각자 동맹을 꾸려 UAM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달 들어 SK텔레콤과 KT가 앞다퉈 UAM 실증 시연을 벌였다. 2025년, 하늘 나는 택시 나온다UAM은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전기동력 비행체를 이용하는 차세대 교통체계다. ‘에어택시’ ‘드론택시’로도 불린다. 전기동력 비행체에 프로펠러와 날개를 달았다. 비행기와 달리 넓은 활주로가 필요 없어 도심 건물의 옥상을 기착지로 활용할 수 있고, 헬리콥터보다 훨씬 적은 소음과 진동을 낸다. 전기가 동력원이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도 않는다.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미래 교통수단으로 꼽히는 이유다.
정부는 2025년 UAM 상용 서비스를 도입하고 2030년부터 본격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2023년에 1인승 시제기 개발을 완료하고, 이듬해엔 도심지에서 UAM 실증 노선을 운행하는 게 목표다. 여객 수송용 UAM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화물 운송서비스를 먼저 개시해 안전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 로드맵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약 40㎞를 UAM으로 이동할 때 기준 요금은 상용화 초기인 2030년에 약 11만원으로 예상된다. 조종사 없는 자율비행을 달성하는 게 목표인 2035년엔 2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세계 UAM 시장 규모가 작년 70억달러(약 8조3300억원)에서 2040년 1조4740억달러(약 1754조6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봤다. 연평균 성장률이 30.7%에 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신사엔 장기 신성장 동력
UAM 서비스엔 통신사가 꼭 참여해야 한다. 여러 비행체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늘을 날기 위해선 고도화된 항공교통 통신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지상과 비행체 간 통신, 비행체와 비행체 간 통신 등이 원활해야 향후 자율주행을 이룰 수 있다. 통신사는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각 기체가 막대한 교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통신사 입장에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시장이기도 하다. UAM 운영과 관련된 각종 모빌리티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어서다. UAM 탑승 예약을 비롯해 이용에 필요한 신분 확인 등 수속 절차, 육상 교통수단과 환승 서비스 등을 아울러 제공할 수 있다. 각 통신사들이 최근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구독 상품을 UAM과 연결하기도 수월하다. SK텔레콤·KT, UAM 실증최근엔 SK텔레콤과 KT가 닷새 간격을 두고 각각 자사 통신기술 기반 UAM 교통 관리를 시연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일 김포공항에서 조종사와 지상통제소 간 통신을 안정적으로 연결한 상태에서 UAM 비행을 시연했다. 자율비행 드론 관제 기술도 선보였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일 선임된 후 보인 첫 외부 공식 행보였다. SK텔레콤은 올 1월부터 ‘K-UAM 드림팀’을 꾸려 UAM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공동 사업자로 나섰다. SK텔레콤이 항공교통 통신 네트워크 모델을 마련하고, 한화시스템은 기체와 항행 관제 ICT 솔루션을 맡는다. 한국공항공사는 UAM 이착륙장과 교통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KT는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UAM과 자율비행 드론 관제 시연에 성공했다. 같은 날 KT가 참여하는 UAM 협력체에 대한항공이 합류했다. 작년 9월 출범한 이 협력체는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KT가 UAM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 교통관리시스템 등을 개발한다. 현대차는 UAM 기체 개발을 비롯해 제조·판매·운영·정비 등을 아우르는 사업화 모델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UAM 운항·통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여객·물류 운송서비스 사업 모델 연구 등을 수행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