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설' 펑솨이 "잘 지내고 있다"…IOC 위원장과 영상통화

입력 2021-11-22 08:17
수정 2021-12-21 00:01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후 실종설이 제기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안전히 잘 지내고 있으며 자신의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전했다.

21일(현지시간) IOC가 성명에 따르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펑솨이와 영상 통화를 했다. 30분간 이어진 영상 통화에는 엠마 테르호 IOC 선수위원장과 리링웨이 중국 IOC 위원이 배석했다.

펑솨이는 현재 베이징 집에 있으며 친구 및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고 했다고 IOC는 전했다. 또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스포츠인 테니스는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테르호 선수위원장은 영상 통화 후 "펑솨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 안심이 된다. 그녀는 여유로워 보였다"며 "편할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IOC는 또 영상 통화 마지막에 바흐 위원장이 내년 1월 베이징에 도착한 뒤 펑솨이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했으며, 펑솨이도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펑솨이와 바흐 위원장의 통화를 주선한 것은 IOC가 펑솨이 문제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펑솨이는 2014년 2월 중국 테니스 선수 최초로 여자프로테니스(WTA)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세계적인 선수다. 그는 지난 2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가 자신을 성폭행했으며, 이후에도 다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펑솨이의 폭로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1년 중국 톈진(天津)에서 처음 만남을 가졌다. 당시 펑솨이는 톈진 테니스 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톈진시 서기였던 장가오리가 그를 찾아와 한 차례 관계를 가졌다는 것.

이후 장가오리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했고, 베이징으로 떠난 후 연락이 끊겼다고 펑좌이는 주장했다. 그러다 3년 전인 2018년 국무원 상무부총리직에서 퇴임한 장가오리는 부인과 함께 펑솨이를 다시 찾아와 그녀를 자택으로 초대했다고.

펑솨이는 장가오리의 아내가 방문 앞에서 망을 보는 상황에서 관계를 요구받았고, "두려운 마음에 울며 거부했지만, 무섭고 당황스러운 상태에서 동의하게 됐다"며 "'7년 동안 잊지 못했다'는 장가오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다시금 그를 받아줬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불륜 관계를 이어왔고 장가오리의 아내 캉제도 둘의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묵인하고 동조했다는 게 펑솨이의 설명이었다.

이 글은 20여 분만에 삭제됐고, 이후 펑솨이는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가 거물 정치인의 치부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감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정부에 펑솨이의 소재와 안전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딕 파운드 IOC 위원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펑솨이 문제와 관련, IOC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영상통화는 펑솨이의 신변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또한 중국 당국은 21일 펑솨이가 베이징에서 열린 필라 주니어 테니스 대회에 참석해 어린이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