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스님 사이의 관계를 의심해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사찰을 급습해 휴대폰으로 영상까지 촬영한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고상교 부장판사)는 특수주거침입, 특수재물손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원심 주문에 포함되지 않은, 연인과 스님의 영상이 담긴 이동식디스크(USB) 몰수 등도 명령했다.
A씨는 여자친구인 B씨와 2019년 7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A씨는 B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3000만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B씨가 스님 C씨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을 알고 이들의 사이를 의심했다.
A씨는 B씨의 바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GPS 위치추적장치를 B씨의 차에 부착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3∼6월 B씨와 스님 차량에 각각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위치를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가 작년 7월25일 오후 10시40분께 A씨는 스님이 기거하는 지방 모 사찰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이후 A씨는 휴대폰으로 이들이 함께 자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으로 들어가 B씨와 스님이 함께 있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A씨는 이들이 바람을 피는 현장을 잡기 위해 방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유리창과 식탁을 부수고 둔기와 골프채로 이들을 위협했다. A씨는 "3000만원을 당장 갚아라 아니면 죽을 줄 알아"라고 협박하고 스님에게도 "네가 대신 갚으라"고도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들고 피해자들이 잠을 자던 방을 급습했다”며 “다만 자신과 연인관계에 있는 B씨가 다른남자 C씨와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엄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했고 피해자 B씨에 대한 채권(3000만원)을 포기함으로써 어느 정도 금전적 피해 보상이 이뤄진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