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패션·뷰티 직영점 ‘러시’ …부활하는 청담동 명품거리

입력 2021-11-21 17:55
수정 2021-11-29 16:06
서울 강남구 청담동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둥지로 떠오르며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원조 ‘명품거리’로 불리는 청담동 명품거리는 지난 2년간 침체의 늪에서 고전했지만 올 들어 신규 글로벌 브랜드의 로드숍이 들어서면서 공실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서울 명동·홍대·강남·가로수길·한남 등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상승 추세인 것과 달리 청담동 명품거리는 유일하게 떨어지고 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회사들이 백화점 일변도의 전략을 버리고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해 청담동 일대에 로드숍을 집중적으로 개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 브랜드 로드숍 전진기지 청담동21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인 반클리프앤아펠은 내년 초 청담동에 연면적 1653㎡(500평 규모)의 매장을 연다. 백화점·면세점 등 11개 매장에 입점해 있으나 플래그십스토어는 처음이다. 반클리프앤아펠은 네잎클로버 모양의 자개 목걸이가 시그니처인 브랜드로 작은 사이즈의 목걸이 가격이 200만원대부터 시작할 정도로 제품이 고가다. 이 브랜드가 속한 리치몬트그룹은 부동산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통해 청담동 한 개 건물을 통으로 임차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도 내년에 청담동에 연면적 1322㎡ 400평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기 위해 공사 중이다. 송진욱 쿠시먼 이사는 “명품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직매장 방식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3~4년 전에는 이곳에 10개 건물이 공실이었는데 이제는 빈 건물이 없다”고 말했다.

청담동 명품거리는 올 들어 재조명받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올 2월 청담동에서 문을 연 데 이어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생로랑도 4월 청담동에 처음으로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백화점 입점과 달리 건물을 통째로 임차하는 게 특징이다. 청담동 명품거리의 1층 매장 3.3㎡당 임대료는 100만원대로 명동, 강남 등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해외 브랜드의 직접 진출은 백화점 일변도의 사업모델 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은 소비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수수료가 높고 매장 공간이 한정돼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가이드에 따라 매장을 내느니 큰돈을 투자하더라도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저, 가전까지 입점, 공실률 하락 청담동 명품거리는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급 골프복과 애슬레저 브랜드, 가전제품 브랜드 등으로 상품이 다양화하는 추세다. 타이틀리스트는 지난 9월 5층 규모의 단독 매장을 마련하고 골프복부터 골프 장비까지 판매한다. 스메그, 일렉트로룩스 등 글로벌 럭셔리 가전 브랜드도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힘입어 청담동 명품거리는 6대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유일하게 공실률이 줄고 있다. 지난 1분기 19.2%이던 공실률은 3분기에 15.4%로 떨어졌다. 반면 3분기 공실률이 51.6%에 달한 명동을 비롯해 가로수길(40.3%) 홍대(17.4%) 강남(16.9%) 한남·이태원(16.8%) 등은 모두 1분기보다 공실률이 높아져 대조를 보였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