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기업 환경도 ‘올 디지털(all digital)’ 시대로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뿐만 아니라 업종과 분야에 관계없이 기업 전략, 조직, 운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을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필요성을 절감한 기업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지난 6월 진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 비중은 지난해 30.6%에서 올해 47.1%로 크게 높아졌다. 기업의 77.6%는 디지털 전환이 자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생산성 향상’(47.8%) ‘운영·서비스 개선’(39.3%) ‘미래 성장동력 창출’(35.9%)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업의 움직임에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은 더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통해 집권하게 될 차기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을 국내외 많은 기업·투자자가 주시하고 있다.
산기협은 지난 3월 국내 주요 리딩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협의체인 ‘코리아 DT 이니셔티브(KoDTi)’를 구성하고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혁신 정책에 대해 1500여 개 기업은 물론 산학연 전문가로 이뤄진 정책자문단의 의견을 수렴했다. 다수의 기업 및 전문가는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과 법·제도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정책 기획과 발전 전략 수립, 현안에 대한 심의·조정 기능을 할 수 있는 총괄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과 사업이 쏟아지고 있지만 부처별로 계획·추진되다 보니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부처별 정책을 과감하게 통합·재설계하고 기업 중심 네트워크 기구를 상시 운영해 산업계 수요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에 대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지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법·규정을 도입할 때 역시 이를 점검하는 특별 심사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상호 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생태계도 조성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관련 설비 투자, 인건비 등에 과감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대·중소기업 간 협력과 디지털 전환 수요·공급 기업 간 매칭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 정부, 기업, 국민, 각 분야 이해관계자들이 소통을 강화하고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요·공급기업, 대·중소기업, 경영진·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협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재해·안전 등 산업현장의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서 디지털 전환의 역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전 세계 글로벌 선도 기업에도 완성 단계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과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성공률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같은 해 맥킨지 조사에서도 석유, 자동차 등 전통 산업에서의 디지털 전환 성공률은 4~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우리에게도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남아 있다.
앞서 언급한 산기협의 6월 조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자사에 위협이 될 것’(5.8%)이라고 응답한 기업보다 ‘기회가 될 것’(94.1%)이라고 답한 기업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5년,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가 디지털 기반의 글로벌 리더로 부상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