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평도 포격전 11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일방적인 도발은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류와 차별화된 대북관으로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날 부인 김혜경 씨와 대전현충원을 찾아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 분향하며 “23일 (연평도 포격전) 11주기 행사는 일정상 방문하기 어려울 것 같아 미리 왔다”며 “희생된 장병들이 꽃다운 청년이었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충남 아산 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서울대·지역거점 국립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통일을 지향하기는 너무 늦었다”며 “굳이 체제를 부인하고 적대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실리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이 후보의 이런 대북 발언이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이전 민주당 정부와 차별화하는 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 통일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남북 관계의 긴장감을 낮추면서 분단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런 대북관의 근간엔 행정과 입법을 추진할 때 이념과 진영을 따지지 않는 이 후보의 실용주의가 깔려 있다. 이재명 캠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2030세대는 과거와 달리 북한을 반드시 무찔러야 할 ‘주적’으로 보지도, 반드시 통일을 추구해야 할 ‘한 민족’으로 여기지도 않는다”며 “기존 진보와 보수 진영 대북정책에 모두 공감하지 않는 이들을 고려한 메시지”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2030세대가 자주 찾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이재명 갤러리(게시판)’에서도 “좋은 정책이라면 김대중 정책이건 박정희 정책이건 따지지 않겠다’고 앞서 말씀드린 적이 있다”며 “이런 실용주의적인 관점이 2030 청년세대의 정치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