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장착되는 카메라 렌즈 개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10개 안팎이었던 렌즈가 불과 몇 년 만에 20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자율주행 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장 확대와 맞물려 카메라 개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기 동두천에 있는 세코닉스는 이런 흐름을 타고 카메라 렌즈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다. 미국 자율주행 전기차 스타트업 뉴로, 유럽 전기차 제조사 리막 및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 등과 연이어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박은경 세코닉스 대표(사진)는 “자동차에서 영상 인식을 통한 정보처리기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세코닉스 위상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자신했다. 부가티 전기차에 카메라 렌즈 공급
세코닉스는 카메라 렌즈 등 광학부품 전문 제조업체다. 박 대표의 부친인 박원희 회장이 1996년 창업했다. 대우전자 중앙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낸 박 회장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받은 퇴직금이 창업 밑천이었다. 초창기 스마트폰이었던 핵심 전방 시장이 지금은 자동차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의 인기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3의 전·후면 카메라와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 팰리세이드, 기아가 개발 중인 전기차 SUV EV7에 전량 세코닉스의 렌즈가 장착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카메라 개수가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세코닉스는 고객사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와 합작사를 세운 유럽 전기차 업체 리막과 최근 카메라 렌즈 공급 협상을 마무리했다. 세코닉스의 렌즈가 부가티 전기차의 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렌즈 공급은 내년에 시작될 전망이다. 합작사는 리막이 지분 55%를 보유하고, 나머지 45%는 포르쉐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뉴로, 50조원대 매출의 자동차 부품기업 콘티넨탈과도 카메라 렌즈 납품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전·후방 카메라에서부터 측방 사각지대 모니터,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운전자 상태인식 시스템 등 자동차에 적용되는 첨단기능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기업과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게 됐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증강현실이 새 먹거리
세코닉스는 턴어라운드에도 성공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3149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5.7% 늘어났고, 영업손익은 14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카메라 렌즈 매출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올해 연간 매출 400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2019년 4622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4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뒷걸음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3~9월엔 코스닥시장에서 주권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연초 회계법인이 바뀐 가운데 세코닉스 자회사의 채권 회수율에 대한 전·현 회계법인 의견이 다른 영향이다. 박 대표는 “8월에 감사의견 적정을 받으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정한 광학 기술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가상현실(AR·VR)을 차세대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박 대표는 “데이터를 입력할 때 키보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카메라로 찍는 게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데이터가 세코닉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기술과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동두천=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