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1%대…네브래스카州의 기적

입력 2021-11-21 17:03
수정 2021-11-29 15:53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4.6%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률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4월(14.8%) 이후 1년6개월 만에 10.2%포인트 감소했다. 노동시장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실업률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작년 2월 미국의 실업률은 3.5%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국에서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 1.9%’를 기록한 주(州)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 중서부의 네브래스카주다. 인구 약 195만 명(50개 주 중 38위)으로, 농업과 축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브래스카주 실업률은 지난해 4월 7.4%로 올랐다가 11개월 만인 지난 3월 3%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4월 9.9%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3%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업률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난달 네브래스카주 실업률 1.9%는 197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 취업 사이트 집리쿠르터의 세넘 부버 이코노미스트는 “네브래스카주에선 실업률이 매우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네브래스카주가 다른 주보다 훨씬 약한 수준의 코로나19 관련 기업규제를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덕분에 코로나19 확산 초기 실업자가 급증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네브래스카주처럼 약한 코로나19 규제를 유지했던 다른 주의 실업률도 낮은 편이었다. 지난달 유타주는 실업률 2.2%를 기록했다. 아이다호 사우스다코타 오클라호마 등도 실업률이 3%를 밑돌았다.

네브래스카주의 주요 산업이 필수 업종으로 분류되는 농업과 식품 가공업이라는 점도 실업률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4월 육류 가격 급등을 우려해 미국 내 육류 공장을 강제로 재가동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아울러 인력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이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실업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네브래스카주 주민의 교육 수준이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실직 가능성이 낮았다는 진단도 있다. 에릭 톰슨 네브래스카-링컨대 교수는 “교육 수준이 높은 근로자와 대체하기 어려운 근로자는 해고 가능성이 낮다”며 “이들은 실직하더라도 남들보다 일자리를 빨리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WSJ는 네브래스카주에서도 구인·구직자 간 일자리 수급 불일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집리쿠르터에 따르면 네브래스카주 노동시장에는 구직자 1인당 3개 이상의 일자리가 나와 있다. 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취업자와 구직자 수도 팬데믹 이전보다 줄었다. 지난달 네브래스카주의 노동참여율은 68.4%로, 팬데믹 이전(70.3%)보다 하락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