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2공장을 이번주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오는 23일이나 24일께 귀국하면 공장 후보지를 최종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부여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이 부회장이 만난 인물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파운드리 공장투자를 사실상 결정하고 백악관 측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금명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18일엔 연방의회에서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을 담당하는 핵심 의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워싱턴D.C에서의 미팅을 마친 후 미국 서부로 넘어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과 연쇄적으로 회동했다.
20일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와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방한한 나델라 CEO와 만나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된 양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두 사람은 2016년 7월엔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컨퍼런스에 나란히 참석했고, 이후 전화·화상회의 등을 통해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을 방문해선 이 부회장은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아마존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가하고 있고, 삼성 스마트TV에 AI '알렉사'를 제공하는 등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 2016년 7월 선밸리콘퍼런스 참석 이후 5년4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삼성의 총수 자격으로 현지 기업인들은 물론 워싱턴D.C의 핵심 정계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노력과 한미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한국 기업인 중 최초로 미국 상무부 자문기구인 '비즈니스 카운슬' 정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카운슬은 1933년 당시 미국 상무장관이었던 다니엘 로퍼가 기업 운영에 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창설했으며,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CEO가 현안을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