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책 던져놓고 잇단 후퇴…체면 구긴 '사이다'

입력 2021-11-19 17:44
수정 2021-11-20 00:4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주요 공약이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철회하면서 이 후보의 불확실한 정책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음식점 총량제, 전 국민 가상자산 지급, 일산대교 무료화 등 주요 정책을 일단 던지거나 추진했다가 접거나 철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가족비리검증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어제 당정이 모여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를 내년으로 넘기는 것으로 이야기를 모았다”며 “여건상 바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어, 현재 납세유예가 가능한 부분으로 이 후보가 강조한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6조원에서 내년 21조원으로 늘려 지역 소상공인을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전날 재난지원금 철회를 선언하며 당부한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 이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일부 철회하면서까지 민생을 챙기겠다는 ‘정책적 유연함’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불안한 정책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의 셀링 포인트가 풍부한 행정 경력을 바탕으로 한 추진력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성과인데, 이런 세일즈 포인트가 흔들리고 있다”며 “선대위 출범 이후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아직 주요 공약을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책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공약이나 정책 메시지를 자의적·타의적으로 철회하는 일이 지나치게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 참석해 “자영업자 폐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점 총량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과거에 고려했으나 포기했다는 이야기”라며 수습했다.

지난 11일에는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초로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고 전 국민이 이를 거래하는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난색을 표하자 최근에는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경기지사 퇴임 직전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는 지난 15일 법원이 일산대교 운영사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22일 만에 다시 유료로 전환됐다.

이 후보는 이날 유튜브 생중계에서도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기업들, 공공기관들 200여 곳을 지방으로 다 옮기려 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정부 및 당과 충분한 논의 없이 민감한 사안을 또 섣불리 말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후보가 본격적인 공약 발표를 시작하기 전까지 정책 공표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후보 경선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경선 이후 후보는 물론이고 주변 인물들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진 것 같다”며 “1000명이 넘는 전문가와 당 정책위원회, 민주연구원 등이 체계적으로 공약을 마련 중인데, 급조된 정책으로 인해 이후 나올 공약의 매력마저 떨구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는) 그동안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한 말잔치를 보여왔는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국정 운영을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