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투 마스’라는 영화 제목처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퍼시비어런스, 중국 톈원 1호 등 무인 탐사선은 화성에 도착했지만 아직 인간이 화성에 간 적은 없다. 화성에 머물면서 노출되는 우주 방사선을 인간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더 필요하다. 다른 문제도 있다. 지구 귀환에 필요한 연료까지 화성에 싣고 가는 게 현재 발사체(로켓)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편도 티켓’만을 주고 우주 비행사를 화성으로 보낼 순 없는 일이다.
NASA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화성 왕복 티켓을 확보할 방법에 부심하고 있다. 유력하게 검토되는 기술은 물 전기분해와 ‘사바티에 반응’을 이용해 탄화수소(연료), 액체산소(산화제) 등 로켓 추진제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사바티에 반응은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탄화수소 계열 성분인 메탄을 얻는 것이다. 메탄은 로켓 연료로 쓰이는 케로신(등유)을 대체할 수 있다. 화성 대기 가운데 95%가 이산화탄소인 데다 물도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과학자 폴 사바티에가 제안한 사바티에 반응은 최근 심우주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사바티에 반응을 일으키려면 고온·고압 환경이 필요해 화성에서 구현하기가 만만찮다.
NASA는 이를 보완할 기술로 ‘고체 산화물 이산화탄소 전기분해(SOCE: solid oxide carbon dioxide electrolysis)’도 개발하고 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듯,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해 탄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나온 탄소와 산소로 로켓 연료를 현지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최소 수t에 달하는 원료와 별도 SOCE 장비를 싣고 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화성 로켓 연료 현지 조달 방법으로 사바티에 반응, SOCE와 다른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최근 제시했다. 연료와 산소를 생성할 수 있는 미생물을 현지에서 직접 키우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시아노박테리아’를 배양할 수 있는 거대 수조인 광생물반응기를 화성에 설치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26억 년 전 지구에서 지각이 막 생성되기 시작할 때 출현한 최초의 광합성 미생물이다. 이 박테리아를 적당히 분해한 뒤 유전자 조작 대장균(E.coli)과 반응시키면 탄화수소 계열 천연 원료인 ‘2, 3 부탄디올’이 생성된다. 2, 3 부탄디올은 지구에서 로켓 연료로 쓰기엔 부적절하지만,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서는 훌륭한 로켓 연료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로켓 연료뿐 아니라 현지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산소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고, 시스템을 최적화하면 연료 생산에 드는 전력 소모량도 NASA의 계획에 비해 40% 선으로 줄어든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담은 논문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최근 실었다. 제1저자인 닉 크뤼어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합성)생물학 기술이 로켓 연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NASA가 미생물을 화성에 갖고 가는 것에 부정적이라 이 기술이 실제로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오염되지 않은 원시 화성 환경을 교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