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첫날 주인공은 ‘핫식스’ 이정은(25)이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몰아치는 무결점 플레이로 단독 선두에 오르며 LPGA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이정은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쳤다. 김세영(28) 등 2위 그룹을 1타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는 이정은의 컴퓨터 플레이가 빛났다. 그는 페어웨이와 그린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으며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 모두 100%를 기록했다. 5번홀까지 파 세이브를 이어간 이정은은 6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며 질주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16번(파3), 17번(파5), 18번홀(파4)에서 줄버디를 뽑아냈다.
이정은은 “보기 없이 경기한다는 목표를 이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 시즌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둔 데 대해 “현재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고치는 과정이어서 올 시즌 내내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백스윙이 많이 편해져 샷을 정확하고 공격적으로 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올해 목표했던 1승을 거두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올해 한 번 우승하고 싶었는데 대회가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2019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세영은 7언더파 65타를 적어내며 공동 2위에 올라 2년 만의 타이틀 탈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세영은 버디를 9개 잡고 보기 2개를 곁들였다. 그는 “오늘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16번홀까지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버디 기회가 많았고, 후반에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그 덕분에 그린에 공을 올리기 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장전 패배의 아쉬움을 경험했다. 그는 “지난주는 좋은 테스트 무대였다. 몇 개의 미스샷을 점검하면서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깨달았다. 이번주 초부터 계속 그 부분을 연습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는 롱 아이언과 퍼트에 집중할 전략이라고 밝혔다. 김세영은 “2라운드 때는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코스가 길어질 테니 롱아이언이나 짧은 퍼트를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셀린 부티에(프랑스), 제니퍼 컵초, 미나 하리가에(이상 미국)가 김세영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상금왕, 올해의 선수, 세계랭킹 1위 등 올 시즌 1인자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넬리 코다(23·미국)와 고진영(26)의 첫날 대결에선 코다가 승기를 잡았다. 코다는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고진영은 버디 5개에 보기 2개를 곁들여 3언더파 69타를 적어내 공동 25위에 머물렀다.
고진영은 이날 다섯 번이나 그린을 놓치는 등 샷 정확도가 다소 아쉬운 플레이를 펼쳤다. 코다는 두 번 그린을 놓쳤다. 코다는 “두 번의 샷 실수와 두 번의 3퍼트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며 “남은 사흘 동안 공격적으로 경기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