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인 A씨는 고등학교 3학년 자녀의 대학 입학 선물로 국민연금에 가입시켜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일찍 가입하면 은퇴 후 연금 수급액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다른 선물을 사주는 것보다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식 계좌를 열어주고 일정 금액을 투자용으로 줄까도 생각했지만 최근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A씨는 "자녀의 안전한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국민연금만한 것이 없어보인다"고 했다. 가입 의무 없는 40만명, 국민연금 가입나선 이유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의무가입자 비중이 높지만 국민연금에 스스로 가입하는 임의가입자도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임의가입자는 38만3833명으로 작년 말 36만2328명에 비해 2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중 만 18~19세 가입자 수는 약 4000명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나 대학교 1학년생인 이들 4000명이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한 것이다.
임의가입은 사업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 등 의무가입자가 될 수 없는 만 18~59세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등 수급권자, 기초수급자 중 생계급여 수급자, 의무가입자나 타공적연금 가입자의 배우자, 18세 이상 27세 미만인 사람 중 학생이거나 군복무 중으로 소득이 없는자 등이 가입할 수 있다.
임의가입자 중 학생들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 소득과 가입 기간 중 이들이 확대할 수 있는 것이 가입기간이기 때문이다.
가입기간을 늘리면 향후 연금 수급액이 많아지는 것은 국민연금 기본 연금액의 계산 산식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기본 연금액은 가입 기간과 가입자 본인의 소득,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가입자 전체의 평균소득(A값)과 본인의 전체 소득의 현재가치(B값)를 더한 값에 소득대체율을 반영한 상수를 곱한다. 이 값은 2028년 이후 적용되는 40%를 기준으로 1.2다. 이후 가입기간에 따라 20년 초과연수에 따라 0.05씩 가산한다. 소득 조건이 동일하다고 할 때 40년간 가입한 사람의 연금액은 20년간 가입한 사람의 두 배가 된다.
A값은 연금수급 1~3년 전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을 전년도 기준으로 환산해 평균한 값이다. B값은 가입자의 전체 기준소득월액을 연금수급 전년도의 현재 가치로 환산해 산정한다. 올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라면 2018~2020년의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과 전체 가입 기간 본인의 소득을 2020년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금 수급액이 결정된다. 10년 먼저 가입하면 연금 수령액 87만→110만원국민연금의 예상연금 모의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2019년 직장에 입사한 만 31세(1990년생) A씨의 경우를 살펴봤다. 2019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월평균 300만원인 A씨의 소득이 향후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가정하면 예상 노령연금액은 월 87만4860원(현재가치 기준)으로 추산됐다. 만 60세가 되는 2050년 1월까지 31년간 보험료를 내고, 이후 연금 개시연령인 만 65세 때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다.
재정학회와 감사원이 추계한 만 35세(2019년 기준)의 평균 공적연금 수령액도 이 계산과 비슷한 예상치를 보여주고 있다. 평균 소득이 342만원이고, 가입 기간이 24.6년일 때 예상되는 공적연금액은 80만7000원이었다.
A씨가 임의가입 방식으로 10년 일찍 국민연금에 가입해 월 100만원의 소득에 해당하는 보험료(월 9만원)를 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A씨가 만 65세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은 110만9780원으로 26.9% 증가한다. 100만원은 2021년 기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중위소득으로 임의가입이 가능한 최저 보험료 수준이다.
만 18세 때 임의가입을 한 후 첫달 보험료만 낸 경우에도 이점은 있다. 향후 추후납부 등을 통해 10년 치 보험료를 한번에 납부해 가입기간을 늘리는 ‘국민연금테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경기도지사로 일하던 지난 2018년 고등학교 3학년생의 첫달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다가 과도한 국민연금테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정책을 철회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