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 임원의 등장은 정보기술(IT) 기업이나 금융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도 30대 후반~40대 초반 임원이 늘고 있다. 올 연말 임원인사에서 1980년대생 임원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는 2명의 1980년대생 상무와 4명의 연구위원(연구직책 임원)이 있다. 과거부터 연구직군에서는 젊은 임원이 종종 나왔지만, 최근에는 기획과 지원 등 분야에서도 1980년대생 임원이 배출되고 있다. 1981년생인 인수합병(M&A) 전문가 마티유 아포테커 상무(기획팀 담당임원)와 구자천 상무(사업지원 TF 담당임원)가 대표적이다.
임원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에도 1980년생 임원이 있다. 카클라우드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한영주 상무가 주인공이다. 한 상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이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LG그룹 대표 계열사인 LG전자 등에도 1980년대생 임원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기업은 젊은 임원을 배출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1980년대생 임원이 하나둘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핵심 인재의 수요가 커진 동시에 기업 내 능력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른 그룹의 고위 임원은 “글로벌 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급성장하는 분야의 전문가라면 나이와 무관하게 중용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1980년대생 임원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말 임원인사가 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주요 그룹이 젊고 유능한 임원을 발탁하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올해는 임원 후보군에 1980년대생이 꽤 많이 포함됐다”고 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임원 직급별로 정해진 ‘연령 상한선’에 걸려 회사를 떠나 빈 자리를 1980년대생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임원이 물갈이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사장급 임원의 교체 인사가 이뤄졌고, 올해는 부사장급 이하 임원이 대거 바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K그룹 관계자도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적인 CEO의 평가와 보상 권한을 부여하는 인사를 진행 중”이라며 “다음달 초 인사에서 성과에 따른 발탁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젊은 임원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는 1970년대 말 출생한 이들이 발탁 인사의 주인공이었는데, 올해부터는 1980년대생이 다수 임원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병욱/박신영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