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5월 유사한 소송 1심에 이어 두 번째로 법원이 삼성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ODEX WTI 원유선물 ETF 투자자 김모씨 등 208명이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손해배상 요구액은 총 27억원이었다.
이번 소송의 계기는 작년 4월 22일 밤부터 23일 새벽 사이 삼성자산운용이 KODEX WTI 원유선물 ETF의 편입 월물을 변경한 것이다. 당시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20달러 선을 웃돌던 6월물 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6.5달러까지 급락했다. WTI 선물 가격이 증거금 이하로 하락하면 반대매매로 인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험성이 있었다. 삼성자산운용은 법적 검토를 거쳐 6월물 비중을 줄이고 7~9월물 비중을 늘렸다.
공교롭게도 23일 6월물 가격이 회복하자 6월물 비중을 축소한 KODEX WTI 원유선물 ETF는 가격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이 임의로 월물을 교체해 손해를 봤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당시 삼성자산운용 측은 “법적 검토를 마쳤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투자설명서에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 안내돼 있고, 사전 고지할 경우 제3의 투자자들이 선행 매매를 통해 선물가격을 더 떨어뜨려 펀드가 손해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당국과 실무적 논의가 있었고 법률 검토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원이 연달아 삼성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작년 4월 22일 삼성자산운용의 WIT 원유선물 ETF 편입 월물 변경과 관련해 삼성자산운용에 제기한 소송은 총 9건이다. 올해 5월 첫 1심에서도 삼성자산운용이 승소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