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법 시행 이후, 광고PR업계는 정부광고 수수료의 현실화를 주장해왔다. 현실화 주장은 현재 비현실적이란 전제를 깔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법조문에 근거하지 않고 신념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광고 수수료’와 ‘민간 협력 대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묶어, 수수료를 현실화하라는 것은 신념에 따른 주장이다.
정부광고 수수료는 정부광고법 제10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정부광고 수탁기관(한국언론진흥재단)이 광고주로부터 매체비의 10%를 징수하며, 제작비에는 수수료가 없다. 매체사나 대행사로부터 수수료를 공제하지 않고 언론재단이 면제한다. 제작비에는 순 제작비 외에 민간 제작사의 제작대행수수료(Fee)와 이윤이 포함되며, 이는 언론재단이 제작사의 제작 수수료나 이윤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간 협력 대가란 정부광고법 제10조 제5항 및 동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언론재단이 광고주로부터 징수한 정부광고 수수료(10%)를 광고물 제작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정부광고 업무규정’ 제9조에는 민간 협력을 위한 전문분야대행(AOR: Agency of Record) 방법이 명시돼 있다. 정부광고비가 10억-30억 미만이면 정부광고 수수료를 다시 대행사와 언론재단이 6대4로 나누고, 30억 이상이면 수수료를 대행사와 언론재단이 7대3으로 나눠 대가를 지급한다.
업계에서는 매체비 9억이나 18억이나 업무는 비슷하다며 10억 미만에 대가 없음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민간 협력 대가를 수수료로 간주하는 오해다. 광고대행업협동조합의 건의를 반영해 2013년에 50억에서 20억으로 낮췄고, 2018년 12월에 정부광고법이 시행되자 언론재단은 10억으로 기준을 더 낮췄다. 업계의 주장은 수수료의 현실화가 아닌 대가의 지급 기준을 더 낮추라는 뜻이다. 10억 미만이라도 이윤이 없는 게 아니라, 제작사의 이윤은 제작비에 포함된 제작수수료로 실현된다. 대가 지불은 기획료를 보전해주기 위해서이지 수수료의 배분 차원은 아니다.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정부광고 실행에서 보완할 방안은 없을까? 일정액 이상의 입찰에 대형 광고PR회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이 있다. 지금은 1억원 미만까지는 소기업, 2억 1천만원 미만까지는 중소기업만 입찰에 응할 수 있고, 2억 1천만원 이상부터 대기업이 참여한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 자격이 결정됐지만 비현실적이다. 2억 1천만 원은 광고 몇 번에 소진되는 소액이므로, 정부광고법 시행령이나 국가계약법에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 20억원 이상부터 대기업 참여로 개정한다면 중소형 회사에 기회가 열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언론재단이 제작 인건비를 책정하지는 않지만 인건비의 현실화도 시급하다. 입찰 시에 제작사가 견적을 제시하지만 여전히 학술연구용역단가에 따라 인건비를 산출한다.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다. 소프트웨어업계에서는 기본 인건비의 가이드라인을 해마다 배포하지만, 광고PR업계는 시도하지 않았기에 자성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 먼저 중지를 모아야겠지만, 언론재단도 광고PR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인건비 현실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광고 수수료 수입을 광고PR산업 진흥에 환원하는 문제도 시급한 당면과제다. 언론재단의 주 수익원이 정부광고 수수료인데도 광고PR산업 진흥에 환원되는 액수는 미미하다. 수익의 공익적 활용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 수익 활용 방향의 명확한 개선, 광고PR업계의 중흥과 발전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재단이 노력해왔지만 광고PR업계의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정부광고 수수료가 광고PR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쓰이도록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실효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권고한다. 광고PR업계에서도 ‘정부광고 수수료’와 ‘민간 협력 대가’를 묶어 수수료를 현실화하라는 비현실적 주장만 하지 말고, 업계에 필요한 현실적 지원 방안을 언론재단에 적극적으로 제시하기 바란다. 그때 비로소 정부광고 수수료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않겠는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