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나오면 어쩌려고" 에셋플러스운용 ETF 두고 운용업계 설왕설래

입력 2021-11-18 15:47
수정 2021-11-18 15:57
최근 상장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운용업계에서 우려어린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고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을 대거 편입한 탓에 한 번 환매가 시작되면 주가하락과 환매가 반복돼 이뤄질 수 있어서다. 이미 상당 종목을 에셋플러스운용이 대량 보유 하고 있다는 점도 오버행(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물량) 우려를 높이고 있다.

○중·소형주 비중이 전체 30%

18일 오후 3시 55분 현재 에셋플러스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는 전 거래일 대비 1.37% 오른 1만755원을 기록 중이다. 순자산총액도 122억원으로, 독립계 운용사가 낸 ETF로서 상장 초기 톡톡히 자금몰이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해당 ETF를 두고 걱정어린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이 ETF가 담고 있는 종목들이 덩치가 작고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종목이 적지 않아서다. 현재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가 가장 많이 편입 중인 종목은 원티드랩으로 비중이 9.5%(17일 장마감 기준)이다. 이어 이지케어텍(9.0%)과 엠로(9.0%) 순으로 많이 담고 있다. 세 종목이 ETF에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셈이다. 이어 대형주인 카카오(9.0%)와 네이버(8.9%)가 뒤따르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3개 종목을 살펴보면 원티드랩은 시가총액이 4000억원으로 중형주에 속한다.그러나 이지케어텍은 시가총액이 2516억원이고 엠로도 2165억원으로 소형주에 속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도 아니다. 원티드랩의 10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72억원이지만, 이지케어텍은 13억원에 불과하고 엠로도 16억원 수준에 그친다.

당장 이 세 종목은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 상장 직후 주가가 올랐다. 증권가에선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 ETF가 담고있는 세 종목의 주가가 뛰었다고 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세 종목 모두 상장 직후 기관의 순매수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세 종목의 주가가 지지부진해지면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가 된다. 종목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 ETF의 수익률이 부진하면 환매에 시달릴 수 있고, 환매가 나오면 운용사는 종목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주가를 다시 끌어내릴 수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사이즈가 커지면 이 세 종목은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도 아니기 때문에 한 번 환매에 시달리면 주가를 밀면서 주식을 팔아야 할 수 있다"며 "과거에도 몇몇 중소형 펀드가 비슷한 우를 범하면서 무너진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ETF 여파 기존 펀드까지 미치나

심지어 이 종목들은 에셋플러스운용이 이미 자사 펀드를 통해 대량보유 하고 있던 종목들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에셋플러스운용은 지난 5일 원티드랩에 대해 5% 지분신고를 했고, 9월엔 엠로에 대해 5% 지분취득 신고를 냈다. 이지케어텍도 기존 에셋플러스운용이 펀드에 담고 있던 종목이다. 오버행 우려가 ETF 단위에서 그치지 않고 에셋플러스운용 펀드 단위로도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펀드와 ETF의 종목이 겹치기 때문에 기존 펀드에서 환매가 나오면 ETF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ETF의 환매가 나오면 또 다시 기존 펀드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반대로 ETF가 잘 되면 펀드 수익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ETF 종목정보(PDF)를 보고 개인투자자가 종목을 매수하며 펀드와 ETF 수익률을 둘다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에셋플러스운용 측은 이같은 우려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에셋플러스운용 관계자는 "이 ETF는 '분절화된 한 영역의 한 부분을 장악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인데 미국은 해당 기업이 많지만 한국은 숫자가 적기 때문에 작은 사이즈의 기업이라도 철학을 갖고 많이 담은 것"이라며 "ETF의 구성종목을 보고 따라 사는 개인의 영향을 제외한다면 지금은 ETF 규모가 100억 수준이기 때문에 환매가 나온다고 해도 개별 종목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TF 사이즈가 커지면 대형주를 밸런스 있게 담아 문제 생기는 것을 방지할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