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총학생회의 비판 성명에 "을들의 전쟁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학교를 평가절하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회 최인호 부위원장은 15일 논평을 내고 "고 의원의 ‘분교’ 망언을 규탄하며 책임 있는 역할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고 의원이 모교인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분교’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이는 자랑스러운 경희대학교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노고에 대한 명백한 기만행위다"라면서 "모교를 욕보인 고 의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경희대학교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 의원은 '20년 전 지나간 옛일을 얘기했음에도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경희대는 그런 여유 있는 면모를 보여줄 수 없는 것입니까'라며 그들을 조롱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한 청년으로서, 한 대학생으로서 모교마저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며 많은 학생의 노고를 짓밟아버린 고 의원의 당당한 2차 가해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면서 "고 의원이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직접 방문해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 의원은 15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오늘 쏟아지는 문자들을 보며 대학 꼬리표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좌우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전했다.
고 의원은 "현재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제가 다녔던 20년 전의 학교와는 다른 곳"이라며 "다른 학교인 것이 맞다. 대부분의 사람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노력으로 현재의 국제캠이 어떤 곳인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평가절하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 의원은 "제가 그 당시 겪은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고 또한 사실을 기술한 것"이라면서 "당시 저뿐 아니라 꽤 많은 선후배는 소위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미 20년 전 지나간 옛일을 얘기했음에도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누군가가 예전엔 어렵게 살았던 한국이 어떻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느냐 묻는다고 해서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며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다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다른 선진국들과 얼마나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왜 경희대는 그런 여유 있는 면모를 보여줄 수 없는 것인가"라고 했다.
고 의원은 "경희대 재학생들, 그리고 총학생회까지 그 열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총학생회가 직접 언론사를 통해 정치인의 입장을 묻고, 집행부가 아닌 학생들은 개별문자로 입장을 묻고, 의원실 사무실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를 하고…"라며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학창 시절 대학 당국을 향해 그렇게 행동했던 바가 있어 원망스럽기보다는 대학생답다는 생각했다. 그런 열정이야말로 청년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고 의원은 "제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경희대 국제캠 총학생회에서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후 면담 시간을 잡아도 좋다. 아니면 저를 직접 학생들 앞에 세우셔도 좋다.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희대 국제캠퍼스 제53대 총학생회는 고 의원을 향해 "무책임하고 경솔한 언행이다. 저희 학생들은 의원님이 부끄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경희대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며 "지난 21대 총선 당시에도 고 의원 관련 보도로 경희 구성원들은 이미 큰 홍역을 치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고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희대 수원캠퍼스 졸업 뒤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던 자신의 사례를 들며 '블라인드 채용법' 발의를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고 의원은 "당시 분교였던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이 제도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썼다. 이후 논란이 일자 사과 대신 해당 글에서 '분교' 표현을 삭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