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의 형태를 바꾸고 제어하는 반도체인 전력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KEC가 구조적 수요 확대에 따른 성장 기대를 받고 있다. 가전제품 시장 수요를 뛰어넘어 전기차, 클라우드 서버 등 전방 산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EC는 16일 1.33% 오른 342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반기 들어 25.91% 올랐다. 시가총액은 4453억원이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주당 가격이 1000원이 안 됐지만 올해 흑자전환을 예고하면서 주가는 16개월 만에 네 배가 됐다.
KEC는 실리콘(Si) 전력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해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하는 가전기기에 필요한 부품을 주로 공급했다. 매출은 2000억원 초반대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70억원, 23억원씩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는 200억원대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기존 시장이던 가전제품 부문이 회복했다. 글로벌 부품 공급망 우려가 커지면서 부품사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주가가 본격 재평가받은 것은 기존 사업의 회복세 때문만은 아니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클라우드 서버 등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용 반도체는 고전압과 고주파, 고온 등 더욱 혹독한 환경을 견뎌야 한다. 기존의 Si 전력용 반도체가 아닌 두 가지 원소를 화합한 차세대 전력용 반도체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중 하나가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용 반도체다. KEC는 전 세계에서 두 곳만 성공한 고전압 SiC 모스팻(트랜지스터의 종류) 기술을 확보했다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 전기차에 필요한 SiC 전력용 반도체 시장 규모만 올해 1160억원에서 2025년 1조원까지 고성장할 전망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크지 않다. 내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 수준으로, 20배가 넘는 반도체 장비주 대비 낮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