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에 립톤 매각하는 유니레버…ESG 문제가 발목잡나

입력 2021-11-16 14:43
수정 2021-11-16 14:47

유니레버가 립톤 등 차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ESG(환경·사회적영향·지배구조) 이슈로 인해 완주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니레버가 차 브랜드와 차 경작지를 모두 소유하는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해온 만큼 향후 매각 과정에서 유니레버가 소유한 3곳의 플렌테이션(대규모 농업농장)의 인권과 공정 임금 등 민감한 이슈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니레버는 차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자 올들어 립톤과 피지팁스, 브룩본드 등 대형 브랜드를 보유한 차 사업부문을 분사해 '에카테라'라는 독립 사업부를 만들었다.

에카테라는 연간 20억유로(약 2조6832억원) 매출을 꾸준히 내고 있다. 전체 몸값은 50억파운드(약 7조9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드번트와 칼라일, CVC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레버 측은 "매각뿐 아니라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와의 파트너십이나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FT에 따르면 일단 오늘 2차 입찰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니레버는 매각 작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물밑에서 에카테라의 오래된 골칫거리인 케냐 폭력사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유니레버 케냐지사는 2007년 케냐에서 불거진 대규모 인종 갈등 당시 운영 중이던 케리코 농장에 대한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사건 직후 유니레버 본사가 위치한 영국에서 민사소송이 진행됐지만, 원고 패소로 끝났다. 본사인 유니레버가 케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주의의무를 갖고 있었다는 걸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지난해 일부 피해자들이 유엔 등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당시 폭력 사태로 7명이 사망하고 56명의 여성이 강간치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태 이후 임금 지불이 6개월간 중단됐고, 이후 농장에 복귀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약 한달치 임금인 80파운드만 지급됐다는 게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유니레버 측은 유엔이 조사에 착수하면 성실히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니레버는 케냐 외에도 탄자니아, 르완다에 대규모 차 재배지를 소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차를 위한 국제기구 썰스트(Thirst)의 사비타 바네르지 회장은 "이는 영국의 식민지 모델에서 비롯됐다"면서 "이곳의 노동자들은 가난에 취약하고 생계를 위해 경영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유니레버 에카테라의 잠재적 구매자들이 ESG 이슈에 대해 관심이 크기 때문에 경작지 인권 문제가 매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입찰자들이 에카테라 몸값을 더 낮추기 위해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