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모으자" 달러 쌓는 기업·가계…달러예금 875억달러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11-16 12:00
수정 2021-11-16 14:43
지난달 국내 기업·가계이 보유한 달러예금이 875억2000만달러(약 103조44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안전자산’ 달러를 금고에 쌓아둔 결과다.

한국은행은 올해 10월 말 거주자 달러예금이 9월 말보다 53억7000만달러 증가한 875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이다.

달러예금은 지난 8월(803억8000만달러), 9월(821억5000만달러)에 이어 이달까지 석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 달러예금은 704억9000만달러로 50억7000만달러 늘었다. 개인 달러예금은 170억3000만달러로 3억달러 늘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81원90전으로 9월(1170원40전)보다 11원40전 상승했다. 통상 환율이 뛰면(달러가치 상승) 환차익을 노리고 보유한 달러를 매각하고, 그만큼 달러예금은 줄어든다. 하지만 환율이 치솟은 지난달 달러예금은 되레 늘었다.

달러예금이 불어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유인이 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는 등 달러가치가 뜀박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예금은 환율 상승 기대로 기업이 원화 환전을 늦춘 결과”라며 “해외채권 발행과 해외투자금 관련 자금이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체 외화예금은 지난달 말 1007억7000만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9월과 비교해 65억7000만달러 불었다. 증가폭은 작년 10월(78억7000만달러) 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통화별로 보면 유로화 예금은 44억4000만달러로 지난 9월보다 5억5000만달러 불었다. 엔화 예금(51억9000만달러)과 위안화 예금(17억5000만달러)은 각각 4억달러, 1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4원60전 오른 달러당 1183원에 거래를 시작해 이 가격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강달러 흐름이 나타난 결과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