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또다른 공군 女 하사 성추행 사망에도 은폐·축소"

입력 2021-11-15 17:46
수정 2021-11-15 17:57

지난 5월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당시 또다른 공군 여성 하사가 성추행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는 공군이 수사과정에서 이를 인지했는데도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사건을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5월 11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 하사는 자신의 영외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사경찰은 6월 10일 이 사건을 '스트레스성 자살'로 종결했다.

그런데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A 하사 상급자인 이모 준위의 강제추행 혐의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센터는 △이 준위가 피해자 숙소 및 주변을 7차례 방문하고 업무와 무관한 메시지와 전화 연락을 한 사실 △이 준위가 올해 3~4월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 2회 강제 추행 사실을 자백한 점 △A하사 생전에 마지막 만난 사람이 이 준위란 점 △이 준위가 5월 9일 자신의 차에서 20분간 A 하사를 만났고 당시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한 점 등을 강제추행의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이 준위는 A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당일 23차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고 주임원사와 함께 A하사의 숙소를 찾아가 방범창을 뜯고 숙소에 들어갔다고 센터는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군검찰이 이 준위가 A 하사의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간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다가, 8월에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가 이 준위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강제추행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는데도 주거침입 등만 기소했다가 뒤늦게 슬그머니 강제추행 건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 중사 사건에서 보여준 부실한 초동 수사와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군은 가해자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공군은 이날 "사망사건 발생 이후 강제추행 등 자살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이 충분히 인정돼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말했다.

또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사망 사건 발생 시부터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10월 14일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재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구체적 설명이 제한된다"고 했다.

현재 이 준위는 주거침입과 강제추행 혐의가 병합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