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경제적 고통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년층(15~29세)의 체감 경제고통지수는 27.2로 2015년 집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경제고통지수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경제적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 청년층은 항목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아 그들의 고달픈 현실을 짐작케 한다.
젊은 세대가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은 ‘일자리 절벽’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상반기 25.4%로 30대(11.7%)의 2.2배, 40대(9.8%)의 2.6배나 됐다. 청년 사업자의 폐업률도 지난해 20.1%로 전체 평균(12.3%)의 1.61배에 달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보니 청년들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017년 24.2%에서 지난해 32.5%로 올랐다. 다른 통계에서도 청년의 어려움은 확인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분기 말 청년 임금 근로자(371만 명)는 2019년 3분기에 비해 3만6000명 줄었다. 20대 비정규직 비율은 40%로 5년 전보다 7.8%포인트 높아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자리 99.6%로 회복’이라고 자화자찬하니 청년들의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대선판을 봐도 청년이 진짜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하는지 의문이다. 청년층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며 여야 후보가 이들을 겨냥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지만, 사탕발림만 난무할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연 200만원 기본소득, 1000만원 기본대출 공약을 풀었다. 민주당은 20대(연소득 5000만원 이하)에 대해 소득세 비과세 공약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는데 청년들에게 세금을 면제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나.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도 ‘저소득 청년 도약 보장금’, 원가주택과 역세권 주택 청년 우선 등을 내놓고 있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과 모병제 등 아직 숙성되지 않은 공약들도 불쑥 나오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지속된다면 본인은 물론 사회 전체로도 두고두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비집고 들어갈 구직(求職)의 틈을 막고, 귀족노조 배만 불리는 노동경직성에 대해선 아무도 말이 없다. 정치권과 노동현장 곳곳에 포진한 ‘철밥통 586 기득권’도 마찬가지다. 사탕발림 공약은 결국 나랏빚으로 돌아오고, 청년들이 미래에 짊어져야 할 큰 짐이다. 앞에선 돈을 뿌리고 뒤로는 빚을 떠넘기는 눈속임 공약으론 청년들의 한숨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