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부장인 A씨는 고교 3학년인 자녀가 수능시험을 마치면 선물로 국민연금에 가입시켜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일찍 가입하면 은퇴 후 연금 수령액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다른 어떤 선물보다 낫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정주부인 B씨도 노후 대비를 위해 얼마 전 10년치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꺼번에 냈다. 수명이 늘어나고 노후 생활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민간 연금 상품보다 보장 수준이 높은 국민연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5일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씨와 B씨 사례처럼 국민연금을 더 받기 위한 재테크, 이른바 ‘국민연금테크’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늘어 올 6월 말 기준 12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해 만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 내는 ‘임의계속가입자’가 55만2009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수급액이 더 많아지는 구조 때문이다. 학생 가정주부 등 직장에 다니지 않아 국민연금에 가입할 의무가 없는데도 보험료를 내는 ‘임의가입자’는 38만4144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만 18~19세 가입자는 3921명에 이른다.
국민연금 납부 예외 기간 보험료를 나중에 내는 추후납부 신청자는 올 상반기 11만3854명에 달했고, 일시금으로 받았던 연금을 반납한 사람은 8만6921명으로 집계됐다. 연금을 받는 시점을 늦춰 수급액을 늘리는 연기연금 신청자도 1만4318명에 달했다.
국민연금 테크에 나서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연금의 수익비(낸 보험료 총액의 현재 가치 대비 받는 연금의 현재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사적 연금의 수익비가 0.9 정도인 데 비해 국민연금은 연령에 따라 최대 2.8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