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전통 패션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신생 패션 플랫폼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는 동안 대리점 중심의 영업을 고집한 전통 패션강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를 비롯한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브랜디 등 5대 패션 플랫폼의 작년 총거래액은 3조2500억원에 달했다. 2019년 2조3000억원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올해 빅5 플랫폼의 총거래액이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간판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3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패션 수요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소비의 핵심축이 패션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오프라인 대리점 기반의 패션 전문업체들은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한때 ‘매출 1조 클럽’에 근접했던 세정, 형지어패럴 등은 뒤늦은 온라인 대응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에 힘입어 ‘이장님들의 명품’으로 잘나가던 세정의 2011년 매출은 6895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963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407억원에 달했다.
크로커다일 등 유명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형지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이 2285억원으로 전년의 3174억원 대비 28% 감소하는 등 최근 수년 새 외형이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대리점 등 오프라인 사업자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온라인 전환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통상 온라인 채널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대비 10~2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는데 오프라인 점주들의 반발이 커 온라인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등 대형 패션기업들이 앞다퉈 온라인몰 강화에 나선 것도 플랫폼 대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서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 자사몰인 SSF샵을 새로 단장한 데 이어 내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10~20대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로 대거 이동하는 만큼 자체 플랫폼 구축 여부가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