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시멘트에 t당 500~1000원을 지역자원시설세로 부과하는 일명 ‘시멘트세’ 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12월 9일)에 강행 처리될 조짐을 보여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시멘트업계는 연간 250억~5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업계는 올해부터 환경보호 사회공헌 등을 위해 연간 250억원을 지역 주민에게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이중 부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16일 정책당정협의회를 열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행정안전부 차관을 불러 시멘트세 관련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처리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원자력발전, 화력발전 등 환경오염 유발 시설에 세금을 부과하는 기존 지역자원시설세에 시멘트 생산시설을 포함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등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했다. 지난 1일 같은 당 이형석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고 다음날인 2일 청와대 주재 회의에선 산업부와 행안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이 법안 처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산업을 담당하는 산업부는 이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행안부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시멘트업계는 연간 순이익(1841억원, 최근 10년 평균)의 최대 4분의 1 수준(27%·500억원)을 매년 세금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이 법안은 다음달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와 충청북도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적 쌓기’와 ‘세수 확보’ 효과를 노리고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청와대와 민주당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에선 매년 2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만큼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50억원 출연은 생산 시멘트 t당 500원씩 세금을 내는 것과 같은 부담이다. 주요 시멘트 공장 소재지의 지역구 국회의원들(권성동·이철규·엄태영·유상범)은 모두 야당(국민의힘) 소속으로 이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도 직접 지원을 선호해 기금을 조성하게 됐는데 세금을 또 걷는다면 중복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중 과세’ 논란도 나온다. 쌍용C&E, 한일·한라·아세아시멘트 등 업계는 이미 시멘트 주원료인 석회석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지역자원시설세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29년간 500억원 이상을 납부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한국조세정책학회는 공산품인 시멘트를 지역자원시설세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시멘트업계는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시멘트 제조 연료) 가격이 최근 1년 새 3배로 오른 데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탄소중립에 따른 비용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이 발생해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한 상태”라며 “요소수 부족 사태로 생산과 운반까지 차질을 빚고 있는데 추가 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