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억 쏟은 사회주택…실제 공급은 847가구뿐"

입력 2021-11-14 17:48
수정 2021-11-15 01:40
서울시 감사 결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사회주택 사업이 공급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보급 사업, 청년활력공간에 대한 지적 사항도 쏟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 주도로 강도 높은 수술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 시절 이뤄진 △사회주택 사업 △태양광 보급 사업 △청년활력공간에 대한 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오 시장이 지난 9월 “전임 시장 시절 민간보조·위탁사업의 잘못된 관행과 비정상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 만이다.

사회주택 사업은 주택 공급 성과가 미진하고, 불공정한 입주자 선정이 빈번했던 것으로 진단했다. 사회주택은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가 저렴한 임차료로 오래 거주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민관협력 주택사업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토지 등을 지원하면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법인 등이 사업자가 돼 공급·운영한다.

시는 2015년부터 7년간 사회주택 사업에 예산 2103억원을 투입했지만 올해 말 입주 가능한 물량은 1712가구다. 올해 말까지 7000가구를 입주시키겠다던 목표의 24.5%만 달성했다.

이마저도 SH공사가 사회주택으로 제공한 매입임대주택 865가구를 제외하면 실질적 공급은 847가구에 그친다.

사회주택업체 설립 1~2개월 만에 사업자로 선정되거나 업체 간 대표, 등기이사가 중복된 사례 등도 발견됐다. 사회투자기금 운용업체로 선정된 회사 대표가 시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받아 자신이 대표·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업체에 ‘셀프 재대출’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시는 태양광 보급 사업에 대해선 “시작부터 사후관리까지 진행 과정, 공정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등 측면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태양광 협동조합 주요 임원들이 서울시 자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시 정책에 적극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은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태양광 사업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해 SH공사 임대아파트에 베란다형 태양광 설비를 대량 설치하고, 일부 임대아파트에는 주민 동의 없이 설치한 정황이 드러났다. 보급업체 사후관리도 부실했다.

이 밖에 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청 등 청년활력공간 12곳에선 민간위탁기관 선정 절차를 무시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시는 한 달간 재심의 기간을 거쳐 다음달 최종 점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서울시의회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 심의를 앞두고 발표됐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에서 이른바 ‘서울시 바로 세우기’와 관련한 민간보조·위탁사업 예산을 832억원 삭감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110석 중 99석)인 시의회의 반발이 많았다.

시 내부에선 이번 감사 결과가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