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폴더블(Foldable·접는) 스마트폰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폴더블폰과 함께 일반 직사각형(바) 폼팩터(특정 기기형태) 뒤를 이을 '롤러블(Rollable·돌돌 마는)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13일 외신 오와이프라이스(oypric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슬라이딩 확장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한 기술 특허를 새롭게 출원했습니다. 해당 특허는 롤러블폰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 디자인에 대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특허를 보면 롤러블폰은 마치 두루마리처럼 펼쳐지는 형태로 구동됩니다. 고정된 부분을 기준으로 화면이 펼쳐지는 구조입니다. 롤러 주위 기기 자체 내부에서 구부려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덕분입니다. 삼성전자가 롤러블폰 관련 특허를 출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미루어보면 롤러블폰 출시를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연이은 롤러블폰 기술 특허 출원과 함께 '갤럭시Z롤', '갤럭시Z슬라이드' 등 롤러블폰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되는 상표권도 출원했는데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세계정보디스플레이 학회(SID)가 주최하는 디스플레이 위크 2021’ 전시회에서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컨셉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롤러블폰은 폴더블폰과 함께 바 형태를 이을 차세대 이형(異形) 폼팩터로 꼽힙니다. 사용자가 원할 때 제품 화면을 크게 확장시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롤러블폰은 기기 내부에 말려있던 화면이 나오는 구조기 때문에, 화면을 접어 힌지(경첩) 부분이 생기는 폴더블폰과 달리 힌지와 주름 등이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롤러블폰 출시에 공을 들였던 업체는 올해 7월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였습니다. LG전자가 올 초 롤러블폰인 'LG 롤러블'에 대한 티저(예고) 영상을 선보이면서 최초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회사가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며 결국 출시되지 못한 비운의 제품으로 남게 됐습니다. LG 롤러블은 평소엔 일반 스마트폰처럼 사용하다가 뒤쪽에 말려있던 화면이 펼쳐지는 형태였습니다.
중국 제조업체들도 롤러블폰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유럽특허청 등에 롤러블폰 관련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롤러블폰이 정식 출시까진 시간이 꽤나 걸릴 것으로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입니다. 중국 제조사인 오포는 지난해 11월 롤러블폰 '오포X2021'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정식 출시를 하지 못했습니다. 양산할 만큼 기술력과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주도로 전세계에 폴더블폰 돌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롤러블폰이 폴더블폰의 뒤를 이어 제조사들의 새로운 각축전을 벌일 전장으로 떠오를지 주목됩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지난해 약 1조1300억원(10억달러) 규모 수준의 폴더블·롤러블폰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80%씩 고성장을 이룰 전망입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