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돼 1년 동안 실컷 복수하면 나머지 4년 동안은 뭘 먹고 살 것인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사진)는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거꾸로 이렇게 물었다. 안 후보의 뜻은 분명했다. 그는 “국제적 과학기술 패권 전쟁의 한가운데 있는 대한민국에 이재명·윤석열 후보 같은 법조인 출신 내수용 대통령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그렇기에 단일화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에서 신중한 태도와 언행으로 유명한 안 후보지만, 이번에는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건 과학기술 전쟁을 이끌 사령관”이라며 “내가 직접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고, 나를 제일 필요로 하는 시대”라며 “과학기술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과학기술 전문성, 도덕성, 방역 대책, 글로벌 감각 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내가 가장 적합하다”며 “심지어 직접 회사를 설립해 월급을 줘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현시점을 기술 혁신 전쟁을 중심으로 한 ‘문명사적 전환기’이자 ‘미·중 신냉전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가장 상징적인 사진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는 장면”이라며 “몇십 년 뒤 역사책에도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일부 첨단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관련 논문의 수와 질, 데이터양 등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런 시대에 우리 생존전략은 기술 혁신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라며 “과학기술 혁신은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지도자는 이 같은 혁신을 이끌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사령관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5·5·5 경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5·5·5 경제 성장 전략은 안 후보의 대선 1호 공약으로, 5개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을 5개 키워내고 상위 5위 경제 강국에 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반도체, AI, 디스플레이, 원전산업, 수소산업, 2차전지, 콘텐츠산업 분야 중 적어도 5개에서 초격차를 내도록 이끌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런 게 대선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돼야 하고, 그래야 우리나라가 바뀔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쪽 후보는 이런 생산적 담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두 후보로는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외교 등 대통령이 꼭 챙겨야 할 분야에 자신 있고, 누구보다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양쪽 후보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비호감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 후보는 “2012년엔 민주당이 무너진 상태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강고했고, 반대로 2017년에는 문재인 후보가 강고한 반면 다른 한쪽이 무너져 있었다”며 “이번에는 양쪽 다 무너진 상태기에 제3지대 중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했다. 그는 또 “한쪽이 당선되면 반드시 상대방을 감옥으로 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국민이 반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며 “국민 통합이 시대정신이 될 만큼 중요한데, 그게 가능한 유일한 후보는 나”라고 강조했다.
성상훈/좌동욱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