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재명, '반일 감정' 자극해 표 얻으려…해괴한 현실"

입력 2021-11-12 13:31
수정 2021-11-12 13:32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반일 감정을 자극해 표 얻을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취임 이후 즉시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상반된다고 평가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고, 외려 민주당 후보가 김대중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해괴한 현실이다. 김어준 말대로 대선을 '한일전'으로 치르겠다는 것"이라며 "대립적 민족주의로 국민을 친일·반일로 갈라쳐 그 절반을 토착왜구로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 믿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선후보라면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야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해방 전후사 한 권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들던 쌍팔년도 NL 운동권 마인드"라며 "그래서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은 이제 없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전날에도 "우리가 알던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죽었다"며 "자유주의 정당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전대협·한총련 세대의 운동권 지도부와 김어준 방송 듣고 세뇌된 40대 지지자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유사 전체주의 정당만 남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일본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완전한 우방 국가냐"고 반문하며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당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도는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임이 분명한데 끊임없이 일본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언젠가는 인계철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장 대적하고 있는 북한도 우리가 충분히 대비해야겠지만, 일본 문제도 완전히 영토나 과거사가 정리돼 정말로 영속적으로 공존하는 관계가 되면 몰라도 제국주의 침탈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은 위험하다"고 했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이 후보가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놨다. 교도통신은 11일 "(이 후보가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며 "이 후보는 과거에도 '일본의 대륙 진출 꿈이 무력적으로 분출될 때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다시 일본에 대한 불신을 부각시켰다"고 보도했다. NHK는 "일본에 대한 엄격한 자세를 보였다"고 했고, 요미우리신문은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하기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 후 바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극복 등 여러 업적을 남겼지만, 그중에서 '공동선언'은 외교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라며 "우리나라 현대사에 그때만큼 한일 관계가 좋았던 때가 없었는데, 안타깝게도 같은 민주당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 한일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