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주택 공급, '민간확대' 아닌 '공공강화'로 효과 낼 수 있나

입력 2021-11-15 09:02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정당별 후보가 확정되면서 여러 이슈에서 논쟁점이 선명해지고 있다. 포퓰리즘 선심공약들로 인한 논란이 심상찮지만, 관점과 지향점이 확실히 구분되는 정책 차별화도 나타난다.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을 비롯해 2배 이상 급등한 지역이 속출한 집값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전 세대에 걸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집값 문제에 관한 한 물러나는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무능에 대한 쏟아지는 질타 속에 스스로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선판의 열기를 달구는 주택공급 방안과 그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놓고 상당히 대조적인 주장과 공약이 나오고 있다. 크게 봐서 규제를 더 죄고 개발이익의 환수 장치를 강화하는 등 공공의 역할을 더 키우겠다는 목소리(이재명)와 양도소득세 한시적 인하와 민간 주도의 건설로 부족한 공급을 채우겠다는 약속(윤석열)으로 나뉜다. 요컨대 공공의 역할 강화냐, 민간 기능의 극대화냐의 문제다. 규제 강화를 통한 공공역할론은 문재인 정부 정책과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대면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주택공급과 집값 안정, ‘규제 강화론’ 에 주목할 것인가, ‘민간 확대론’ 에 희망을 걸어볼 것인가, 유권자 판단이 중요해졌다. [찬성] 개발이익 환수·규제 강화해야…국토보유세 신설도 고려할 만더 적극적으로 주택공급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자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각급 지방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를 움직이게 할 수밖에 없다. 개발이익 처리가 관건인데, 시장과 민간에만 맡겨둘 순 없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의 개발이익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이는 잘못된 사례로 그냥 범죄 행위일 뿐이다. 개발이익을 그렇게 개발주체 세력이 은밀하게 나눠 가지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그 주변 결탁그룹의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방지책을 세우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이 그런 내용이다. 개발이익을 공공 부문에서 관리해야 부족한 공급분을 채울 수 있다. 물론 성남시에서의 초대형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의 거부감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제대로 장치를 마련하고 감시체계를 가동한다면 개발이익 사유화는 막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장동 스캔들’은 하나의 반면교사다. 이 후보는 부동산과 관련한 수익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실질적 환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금 강화가 대표적이다. 기존 주택 관련 세금의 세율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와는 다른 차원의 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토보유세는 개념이고, 현실적으로 적용된다면 ‘기본소득토지세’ 같은 형식이 될 것이다. 일정 금액이 넘는 주택이나 토지에 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모든 개인과 법인이 소유한 집과 땅에 부과하는 일종의 ‘징벌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걷은 세금을 ‘기본소득’이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되돌려줘 조세저항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연구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낡은 아파트 등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은 더 적극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다만 늘어나는 세 부담은 납부 시기를 미뤄주는 과세이연제도 도입 등으로 보완된다. [반대] 규제일변도의 文정부 실패사…세제완화·민간주도로 공급 늘려야문재인 정부 최대의 실정(失政) 중 하나가 폭등한 집값이다. 5년간 26차례의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헛발질 연속이었다. 그 결과 현 정부 집권기에 도시지역 집값을 2~3배로 올려버렸다. 이런 기가 막히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을 냉철히 파악하지 못하면 같은 전철이 되풀이된다. 끊임없이 반복된 규제에다 시장기능을 억누르고 민간 건설회사 등의 역할을 무시한 게 큰 원인이었다. 저금리와 전반적인 자산 가격 급등 등 세계적으로 나타난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정책 실패가 주된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비슷한 정책을 계속 이어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보나마나다. 이제 정책의 방향을 확 바꿔야 한다. 그래야 주택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 이게 집값 안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집에 대한 세금 강화는 해법이 아니라는 게 지난 5년간의 실험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충분히 확인됐다. 보유세·양도세 모두 완화할 필요가 있다. 세금 신설이 아니라 기존의 종합부동산세도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게 시장 안정에 더 효과적이다. 대출 금지 등으로 무조건 수요만 틀어막는다고 수요가 억제되지 않을뿐더러 미래의 수요까지 앞당겨 가수요를 부채질하게 된다. 시장의 수급(需給)이 자연스럽게 돼야 한다.

개발이익 환수 주장도 언뜻 약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분히 선동적이다. 개발이익 환수를 과도하게 하자 낡은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재개발에 나서지 않은 채 이른바 ‘몸테크’로 버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지역에 새집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개발이익을 집주인과 공공이 합리적·상식적 선에서 적절히 나눈다면 서울에서만도 몇십만 가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경직된 규제와 일방적 개발이익 환수가 이를 가로 막는다. 수요과 공급 양 측면에서 시장에 자율을 주면 균형점이 형성된다. √ 생각하기 - 이익환수 강화 땐 공급절벽 심화…청년·서민주택 공급에 집중해야개발이익 환수는 명분이나 정치적 구호로는 상당히 그럴듯하다. 하지만 개발이익 환수를 강조할수록 ‘공급절벽’이라는 현실의 벽이 심화될 공산이 매우 크다. 오래된 낡은 아파트에서 버티는 집주인은 ‘나의 새집’에 살 것이라는 희망으로 불편함을 무릅쓰는데, 새집의 프리미엄을 정부가 가져가겠다면 누가 헐고 새로 지을까. 그 결과는 주택 만성 부족이다.

공급이 모자라니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공공기능 강화는 적절한 곳에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가는 게 현실적이다. 역세권 등의 국유지 시유지를 활용한 청년주택, 저소득층 주택 확대는 정부가 잘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다. 규제를 강화하면서 세금 부담까지 계속 늘리는 것도 실효는 없다는 게 입증됐다. 세금이 늘어나면 신규 구입자, 임차인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 일이다. 거칠고 투박하게 막는 대출규제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도 얼마나 생겼나.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