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색깔 뚜렷한 美 정당들…공화 '작은 정부' 민주 '큰 정부' 지향

입력 2021-11-15 09:00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가 추구하는 정강과 정책을 보고 의사 결정을 합니다. 후보의 개인적인 매력과 평판이 중요합니다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정당 색깔과 후보의 정책 리스트를 염두에 두죠. 물론 “우리 집안은 대대로 ‘OO당’이다, 혹은 ‘△△당’을 지지해”라고 말하는 유권자층도 있긴 합니다. 이런 고정 지지층을 제외하면, 마음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은 시대 상황에 맞는 후보와 정당을 선호합니다.

근대 의회제도와 민주주의의 효시라는 영국과 미국의 정당들은 정강과 정책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제 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내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합니다.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비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비교, 둘 다 좋지만 미국의 두 정당을 비교해보는 게 정책의 차이점 등을 더 쉽게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어떤 점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봅시다. 큰 정부론과 작은 정부론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민주당은 큰 정부를 지지합니다. 정치에서 말하는 ‘큰’ 정부, ‘작은’ 정부는 정부의 물리적 사이즈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정부 청사와 조직의 크기가 기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국가 권력이 얼마나 많이 시장과 개인 생활에 개입해 권력을 행사하느냐가 큰 정부, 작은 정부의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정부를 가졌습니다. 북한 정부는 누가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무지막지한 개입입니다. 재화의 생산은 물론 가격도 북한 정부가 정하지요. 장마당 즉 시장 가격은 불법으로 취급합니다. 식량 배급량도 중앙당이 정하죠.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 중에서 북한처럼 큰 정부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북한만큼 큰 정부를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돌아갑시다. 공화당은 정부의 개입을 되도록 줄여야 경제와 개인의 삶이 나아진다고 봅니다. 가능한 한 자유롭게 놔두자는 쪽이죠. 민주당은 너무 자유롭게 놔두면 사회가 강자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해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공화당은 ‘선별 복지’를, 민주당은 ‘보편 복지’를 주장하죠. 감세냐 증세냐정부가 커지면 정부 지출도 늘어나게 됩니다. 정부가 많은 일을 하려면 어마어마한 돈과 인력이 드는 거죠. 정부는 기업처럼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합니다. 정부가 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화폐를 인쇄기로 찍거나, 세금을 많이 걷거나,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는 길뿐입니다. 돈을 인쇄기로 찍으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을 일으킵니다. 베네수엘라 같은 큰 정부를 가진 나라에서 흔히 목격되는 것이죠.

공화당, 즉 보수당은 세금을 많이 거두면 기업과 가계가 쓸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돈을 쓸 때보다 민간이 돈을 쓸 때 그 돈이 일으키는 ‘승수 효과’가 크다는 걸 이론으로 내세웁니다. 정부가 100원을 쓰면 60원의 효과를 내지만, 민간이 100원을 쓰면 140원의 효과를 낸다는 거죠. 정부의 승수효과는 0.6인 데 비해 민간의 승수효과는 1.4라는 뜻입니다. 미국 민주당과 영국 노동당은 이런 입장에 반대합니다. 다양한 복지, 보편 복지를 하기 위해선 세금을 그에 맞춰 거두어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진 자들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서 ‘부의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쪽입니다. 경쟁이냐 보호냐미국 공화당은 규제와 보호보다 경쟁과 개방을 선호합니다. 정부가 기업과 시장을 상대로 규제를 늘리면 효율적 자원 배분이 망가지고, 결국 경제가 침체한다고 봅니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해야 망할 것은 망하고 흥할 것은 흥해서 아까운 자원이 낭비되지 않는다는 시각이죠. 반면 민주당은 기업과 시장을 방치하면 불공정한 행위가 벌어질 뿐 아니라, 막 생겨난 유치(幼稚)산업이 경쟁과 개방 속에서 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반대합니다. 그래서 자유무역에도 소극적입니다.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불공정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죠. 점진적 변화와 급진적 개혁사회 전반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양측은 다릅니다. 공화당과 보수당은 사회가 급격하게 바뀌면 비용과 후유증이 크다고 보는 데 비해 민주당과 진보적 정당들은 비용이 들더라도 필요하다면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득권의 저항이 강하기 때문에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죠. 기후 변화, 이민, 동성결혼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 공화당과 보수당은 소극적이며, 민주당과 진보당은 적극적입니다.


우리나라 정당들을 이렇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비슷한 정책을 주장하기 때문이죠. 정당들은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해야 합니다. 영국 보수당은 상대방인 노동당 정책을 많이 수용합니다. 노동당도 그렇죠. 좌파 프랑스 대통령이 우파 정책을 자주 채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 선거에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내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우리나라 제1정당과 제2정당의 정강을 비교한 뒤 차이점을 토론해보자.

②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경제정책 면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자.

③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어떤 가치를 대변하는지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