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대위 인선' 내부 갈등…尹 '컨벤션 효과' 갉아먹나

입력 2021-11-11 17:25
수정 2021-11-12 00:44
여의도 정가에 정권교체 바람이 거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응답률이 60%에 육박할 정도다. 누가 야권 후보로 나서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마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런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리고 있다.

대선 캠프 인선을 놓고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캠프와 볼썽사나운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기존 캠프 일부 인사를 겨냥해 ‘파리떼’ ‘자리사냥꾼’ ‘하이에나’ 등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윤희숙 의원이 사퇴한 서울 서초갑 조직위원장에 전희경 전 의원을 내정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유력 후보이던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여론조사 단계부터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냈다”며 재차 그를 두둔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 김 전 위원장에게 선거 운영 전권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종인이 또다시 대선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수 당내 의원들은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전권 부여에는 회의적이다. 김 전 위원장이 여러 차례 대선에서 본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으면 후보와 마찰을 빚었던 사례도 거론된다.

최근 당내에서 다시 조명받는 인사는 권성동 의원이다. 당 안팎 인사들은 “격을 따지는 권 의원이 윤 후보 비서실장직을 즉각 수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전한다. 권 의원은 윤 후보와 친구이긴 하지만 4선 중진의 정치 대선배다. 검찰 기수로 따져도 9년 위다. 권 의원도 사석에선 “면이 서지 않는다”며 싫은 기색을 비친다고 한다. 그런 그가 비서실장직을 받아들인 건 당장의 자리보다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는 대의 때문이다.

선대위 구성은 윤 후보 발언에 이미 정답이 있다. 그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①당 중심 운영 ②중도 확장 지향 ③특정 세력 주도 금지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것은 세 번째 원칙과 맞지 않는다. 오히려 당 안팎에선 “윤석열이 상징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 줄 인물을 적극 기용해야 한다”(장성민 전 의원)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 본인이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최근 야권에선 “고질적인 내부 자리다툼을 하다 애써 쌓아올린 컨벤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거세질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야권엔 쉽지 않은 과제다. 때 이른 축배는 독이 될 수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