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음악가들을 다룬 서적은 폭넓지 않다. 그들의 음악 해석, 작곡가를 보는 시선, 마음가짐 등을 궁금해하는 청중은 답답할 노릇이다. 연주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줘 ‘클래식 음악 지형도’를 그리고 싶었다.”
20여 년 동안 클래식 공연을 기획·해설해온 이지영 클럽발코니 편집장이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를 내놓은 이유다. 저자는 조성진, 손열음, 임동혁, 백건우, 정경화, 조수미, 안드레아스 숄 등 클래식 음악가 7명의 속내를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다.
연주자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꼭 필요한 건 ‘시간을 쌓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연으로 보여주는 예술은 잠깐이지만 그 이면에는 긴 시간의 피나는 노력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196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매일 14시간씩 바이올린을 켠 연습벌레였다.
작품을 원숙하게 소화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고도 말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대에 연주할 수 있는 작곡가는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이고, 30대가 돼야 베토벤, 브람스를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박찬욱 영화감독,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최진 톤마이스터, 안성수 안무가 등 클래식과 밀접한 예술가 7명의 생각도 전해준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음악 활용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공연장에서 자주 마주쳤던 박 감독이 영화 ‘스토커’를 냈을 때 현대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곡을 쓴 걸 알게 됐다”며 “대가로 평가받는 영화감독에게 클래식이 주는 의미가 궁금해 책을 내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배우들에게 배역의 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음반’을 추천해준다. 대본보다 음악이 상상력을 자극할 때가 많아서다. 주요 장면마다 클래식 음악을 녹여내기도 한다. 그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친절한 금자씨’를 찍을 때 애틋한 모녀 사이를 표현할 방법을 찾던 중 클래식이 떠올랐다”며 “성악가 모녀인 몽세라 피구에라스, 아리아나 사발이 부른 자장가 ‘엄마, 엄마 나를 울리지 말아요’를 넣었고 영화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