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야빵야빵야~ 현대인은 밥심 대신 빵심“차가운 이른 아침을 걸으며 약간의 식탐도 부리며 먹는 크루아상. 겨울 아침은 몸 안에서 크루아상이 되고, 당신은 크루아상의 오븐과 집과 쉴 곳이 된다. 서서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딘다. 황금빛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푸른빛과 잿빛을, 그리고 사라져가는 장밋빛을 가로지른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이미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버렸으니.” 프랑스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꼽히는 필리프 들레름의 에세이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의 일부다. 겨울 아침 새벽 거리에서 먹는 크루아상의 맛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팬데믹은 일상을 바꿔놓았다. 밥과 국 대신 빵을 한 끼 식사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변화 가운데 하나다. 갓 구운 크루아상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에세이 속 파리지앵처럼.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빵…연매출 628억원
식사빵 전성시대다. 올 들어 10월까지 마켓컬리의 식빵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늘었다. 베이글은 70%, 치아바타는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파리바게뜨 매출에서 식빵, 포카치아, 치아바타 등 식사빵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상 커졌다.
식사를 대체하는 식사빵 종류는 식빵, 치아바타, 포카치아, 바게트, 캄파뉴, 베이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빵은 식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연간 식빵(628억원) 매출은 단과자류를 포함한 일반빵(1505억원), 케이크(925억원)에 이어 꾸준히 3위에 든다.
식빵은 밀가루, 물, 효모를 반죽해 틀에 넣어 구운 뒤 먹기 편하게 미리 잘라놓은 빵이다.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912년 미국 발명가 오토 프레데릭 로웨더가 자동 절단기를 발명해 탄생했다는 유래가 정설이다.
식빵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일잼, 땅콩버터잼 등 스프레드를 바르거나 채소, 햄, 베이컨,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엔 샌드위치, 크로크무슈, 러스크 등 식빵을 활용한 갖가지 레시피가 넘쳐난다.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식빵 본연의 맛을 강조해 선보인 ‘상미종 생(生)식빵’은 출시 반 년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 개를 넘어섰다.
‘이탈리아의 식사빵’인 포카치아도 인기다. 포카치아는 이탈리아 북서부 제노바 지역에서 탄생한 납작하게 구운 이탈리아의 정통빵으로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구워내기 때문에 피자보다 식감이 한결 부드럽고 담백하다. 뉴요커는 베이글을 먹는다…당신도?베이글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베이글은 밀가루 반죽을 끓는 물에 데친 뒤 구운 링 모양의 빵이다. 17세기 초 폴란드 유대인이 즐겨먹던 이 빵은 19세기 뉴욕,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부의 유대인 공동체를 기반으로 퍼져나갔다. ‘뉴욕 베이글’이 널리 알려지게 된 배경이다.
최근 베이글을 트렌드의 정점에 올려놓은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에 자리잡은 ‘코끼리 베이글’이다. 코끼리 베이글은 화덕에 직접 구운 베이글에 버터, 생크림, 단팥 등 다양한 식재료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도넛 브랜드 던킨은 베이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던킨의 블루베리 베이글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 늘었다.
뉴욕 맨해튼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베이글을 온라인 장보기로도 살 수 있다. 마켓컬리에 입점한 ‘픽어베이글’은 뉴욕에서 공수한 생지를 써 뉴욕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 생식빵 브랜드 ‘도제식빵’을 운영하는 올투딜리셔스와 현대백화점이 협업해 내놓은 베이글 브랜드 ‘온베이글’도 베이글 맛집으로 꼽힌다. 마치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바질토마토, 트러플, 무화과 등 다양한 맛의 크림치즈를 진열해놓고 함께 판매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팬데믹 영향으로 브런치 문화가 집밥 트렌드와 합쳐져 식사빵 시장이 커지고 전문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