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생리대 파동'을 겪은 깨끗한나라가 여성환경연대 등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짜리 손해배상 소송서 패소했다.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의 연구가 처음부터 객관성 및 공정성이 결여된 방식으로 수행됐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부장판사 이관용)은 “여성환경연대의 활동을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강원대·식약처 엇갈린 연구결과에...'손해배상 하라'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강원대에 의뢰해 생리대 10종의 유해물질 방출시험을 진행했으며, 조사 대상 전 제품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여성환경연대는 발표과정에서 제품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언론사 보도 등을 통해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릴리안'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함께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졌다. 결국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후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 들어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 검출 여부를 실험한 결과, 인체 위해 우려 수준은 아니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깨끗한 나라는 "해당 사건으로 총 3000억원의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여성환경연대와, '릴리안' 제품명을 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깨끗한나라 측은 "애초에 방출실험이 일회용 생리대 제품이면 생리대 제품보다 여성 선상에 유해하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춘 실험결과를 얻기 위해 수행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환경연대는 일회용 생리대 전반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조사와 관련 대책을 요구한 공익활동이였다고 반박했다. 재판부 "방출물질 유해성 여전히 논란
여성환경연대 활동 공익적 목적 강해"
재판부는 여성환경연대 등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성환경연대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국내에서 판매중인 생리대의 방출 물질을 검사해 그 안전성을 확인하고 제조공정 등의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방출실험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깨끗한나라가 주장한 연구 객관성 결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 생리대를 착용하는 환경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공기를 흘려주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방출실험을 하는 등, 과거 실험 방식에서 몇가지 실험 조건을 변경한 것 뿐이라는 판단이다.
또 재판부는 "식약처와 환경부 등 소관부서도 여전히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방출물질의 인체 위해성 여부에 조사가 계속되고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여성환경연대가 식약처의 전수조사 결과를 비판한 행위도 소비자들의 오인과 불안을 확대 재생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릴리안의 제품명을 보도한 기자 A씨에 대해서도 "결과 발표 전부터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았고, 이에 대한 타사 보도도 나와 있던 상태였다"며 "비록 릴리안의 제품명만 언급되긴 했지만 부작용 문제와 방출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라서 기사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