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뚝심'이 미국 시장에 제대로 통했다. '틈새시장 공략용' 정도로 치부되던 폴더블폰에 올인한 승부수가 빛을 본 것이다. 폴더블폰 '대세화'를 강조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말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시장 미국이 반응한다1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스마트폰 중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작 갤럭시Z폴드2 출시 당시 비중(0.6%)보다 20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폴더블폰 출시 2년 만의 성과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망설이던 다른 제조사들도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처음 폴더블폰 갤럭시Z시리즈를 선보였다. 갤럭시Z폴드는 첫 출시 당시 기존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과는 다른 폴더블이란 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중적 흥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내구성이나 무게 문제뿐 아니라 200만원을 훨씬 웃도는 비싼 가격 때문에 인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주력 상품이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 않는 승부수를 띄웠다. 대신 갤럭시Z 시리즈에 총력을 기울였다. 노태문 사장은 "더 많은 고객이 혁신적인 폴더블 기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폴더블 제품군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직 폴더블폰 시장이 본격 개화된 게 아니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폴더블폰 흥행으로 미국 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도 덩달아 뛰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올해 3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은 35%로 지난해 같은 기간(30%)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갤럭시Z폴드3·Z플립3는 지난 9월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200만대가 팔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글로벌 판매량이 약 300만대였음을 감안하면 뚜렷한 상승세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갤럭시Z폴드3·Z플립3는기존 모델들과의 차별화 부족이라는 평가를 확실히 불식시켰다. 새로운 폼펙터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갤럭시Z플립3에 대해 올해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치켜세웠다.
타임지는 "그간 많은 제조사가 스마트폰의 기능과 휴대성을 모두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삼성전자가 마침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폴더블폰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0달러(약 118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책정해 신형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속속 폴더블폰 내놓을 듯이처럼 폴더블폰이 미국 시장에서 치고 나가자 시장 상황을 지켜보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폴더블폰 출시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해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연내 갤럭시Z플립3처럼 화면 위아래가 접히는 클램셸(조개껍질) 모양의 폴더블폰(가칭 메이트V)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IT 전문매체 GSM아레나는 "화웨이가 클램셸 폴더블폰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최신 칩인 기린9000 칩셋으로 구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오미도 갤럭시Z플립3를 닮은 폴더블폰 신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 중관춘짜이셴은 "샤오미가 삼성 갤럭시Z플립3와 유사한 상하 접이식(클램셸)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 역시 폴더블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흘러나온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애플이 오는 2024년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 샤오미, 애플 등이 연이어 폴더블폰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서의 독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73%를 차지하고 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갤럭시Z폴드3·플립3가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서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완전하게 대체하고 시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판매량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동시 공략하는 플립형과 폴드형의 더블 폼팩터 전략과 향상된 제품 완성도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