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국민에 책임 전가"…경유차 운전자들 '분노'

입력 2021-11-11 11:40
수정 2021-11-11 17:56

정부가 차량용 요소수 판매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승용차 운전자는 최대 10L, 화물·승합차, 건설기계 및 농기계 운전자는 최대 30L까지만 차량용 요소수를 살 수 있다. 판매처도 주유소로 제한된다. 작년 3월 코로나19 발생 초기 극심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졌을 때 정부가 공적마스크 판매량을 1인당 2장으로 제한한 조치와 판박이다.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제때 인지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해오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나서야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땜질식 처방을 내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11일 각각 요소 긴급수급조정조치와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제정해 즉각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물가안정법에 따른 이번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에 따라 요소와 요소수의 수입·생산·판매업자를 향해 공급 물량과 대상을 지정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올 연말까지 시행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로 인해 요소수 판매업자가 차량용 요소수를 납품할 수 있는 판매처는 주유소로 한정된다.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나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에서의 판매는 금지된다. 다만 해외에서의 직구는 가능하다.

주유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차량용 요소수의 양도 차 종류에 따라 제한된다. 승용차 운전자는 주유소에서 최대 10L의 차량용 요소수를 살 수 있고, 화물·승합차, 건설기계 및 농기계 운전자는 30L까지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주유소에서 차량에 필요한 만큼 직접 주입하는 경우엔 10L, 30L 제한 없이 넣을 수 있는 만큼 주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요소수 주입통의 부피가 40L인 화물차는 40L까지 요소수를 주입하고 주유소에 40L에 해당하는 값을 지불하면 된다.

주유소에서 차량용 요소수를 구매한 소비자는 구매한 요소수를 제3자에게 재판매하면 안 된다. 당근마켓 등에서 차량용 요소수를 판매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요소 및 요소수 수입·생산·판매업자는 매일 수입량, 수입처, 향후 2개월 동안의 수입 예정량, 판매량, 판매단가 등을 파악해 다음날 낮 12시까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요소 및 요소수의 해외 수출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요소를 불가피하게 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요소수 수출은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긴급수급조정조치 규정을 위반하면 물가안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정부는 차량용 요소수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지만 시장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선 서둘러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안정적으로 요소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판매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경유차 운전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요소수 부족의 책임을 국민에 전가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