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소외됐던 바이오주들이 반등하려는 초입에서 대형 악재가 또 터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산 보툴리눔톡신 제제(일명 보톡스) 6개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로 인해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제제 제조업체인 휴젤은 주가가 20%가량 급락하고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다른 종목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줄하향했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수출용 제품의 유통 관행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식약처는 앞서 메디톡스에 같은 이유로 제재를 가한 터라 형평성 측면에서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파마리서치는 6200원(7.11%) 하락한 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휴젤은 3만6300원(19.92%) 하락한 14만5900원을 기록하던 오전 11시39분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식약처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국내에서 판매했다는 이유로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4개 품목과 파마리서치의 2개 품목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힌 영향이다.
특히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제 점유율 1위인 휴젤은 전일 장중에 주가가 하한가 부근인 13만900원까지 빠졌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한 뒤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휴젤은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출용 제품을 국내에 사업장을 가진 도매상에 넘긴 걸 식약처가 국내 판매로 판단해 행정처분에 나섰기 때문이다.
휴젤은 입장문을 통해 “(식약처가 문제삼은) 제품은 수출을 목적으로 생산 및 판매됐기에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이 아니다”며 “국내 판매용 제품에 대해선 전략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기존에 안내되거나 문제되지 않았던 유통 관행에 대해 종전과 다르게 법 해석하고 적용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돼왔다. 앞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승인받은 메디톡스도 같은 이유로 주요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메디톡스 역시 즉각 행정처분 취소 소송 제기하고, 법원으로부터 행정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받아 영업하고 있다.
문제는 식약처가 휴젤과 파마리서치를 제재하기 위해 나선다고 밝힌 시점이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업종의 반등이 시작되는 국면이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유럽 승인 기대감이 지난 9일부터 증시에 영향을 주면서 바이오업종의 반등 조짐이 보이던 터였다. 전일 KRX헬스케어지수는 장 초반에는 급등세를 보이며 직전 거래일 대비 2.17% 상승한 3760.98까지 올랐다가, 결국 0.35% 빠진 3668.14로 마감했다.
지난 8일까지는 미국의 머크앤컴퍼니와 화이자가 각각 개발한 경구용(먹는 알약)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들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국내의 치료제(셀트리온그룹 계열사),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진단키트(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 등)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추락했다가 9일부터 반등세를 보이던 터라 바이오기업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