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 시 “직무 관련 경험이 당락 결정”

입력 2021-11-11 12:00
수정 2021-11-11 13:37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신입·경력직원 채용 시 맡게 될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봉사활동이나 공모전 경험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10일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청년 채용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취업준비생 애로 경감 방안'의 후속 조치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들이 신입이나 경력직 직원 채용 시 △입사지원서 및 면접에서 주로 평가하는 요소 △우선순위가 낮은 요소 등을 물었다. 지난 8월 14일부터 9월 17일까지 실시됐으며 설문 요청을 받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250개 기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입 채용 시 '입사지원서'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전공의 직무 관련성'을 선택한 기업이 절반 가까이(47.3%)됐다. 직무관련 근무 경험(16.2%)이 그 뒤를 이었고 직무관련 인턴 경험을 고른 기업도 7.6%에 달했다. 그 밖에 최종 학력과 학교명을 보는 기업도 각각 12.3%와 4.9%를 차지했다.

면접에서는 직무 관련 경험(프로젝트·실습 경험, 스터디, 교육·연수)을 중요하게 본다는 기업이 37.9%를 차지했다. 결국 직무와 적합한 경험을 쌓거나 전공을 둔 것이 채용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셈이다. 인성·예의·예절 등 기본적 태도(23.7%), 업무에 대한 이해도(20.3%)가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채용 시 '안 보는' 평가 요소로는 '봉사활동'을 고른 기업이 30.3%로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 아르바이트(14.1%), 공모전(12.9%), 어학연수(11.3%)가 그 뒤를 이었다.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풀이된다.

경력직 채용시 가장 많이 보는 평가 항목도 '직무관련 프로젝트 경험과 직무 전문성'으로 나타났다.

'경력직 입사 지원서'에서는 직무 관련 프로젝트·업무 경험 여부(48.9%)를 보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직무 관련 경력기간(25.3%), 전공의 직무관련성(14.1%)이 그 뒤를 이어, 경력직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할 업무에 대해 잘 아는지 여부였다.

'경력직 면접'에서도 직무 관련 전문성(76.5%)을 압도적으로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9.0%)나 인성·예의 등 기본적 태도(8.5%)를 주로 살피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력직 채용에서도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평가 요소는 봉사활동(38.4%)이었고, 공모전(18.2%), 어학연수(10.4%)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탈락했던 기업에 다시 지원하는 경우, 250개 기업 중 159개 기업이 "(재지원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파악하는 기업 중 119개 기업은 "재지원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재지원자가 미리 준비하면 더 좋을 것으로는 '지원자가 스스로를 피드백하거나 달라진 점에 대한 개선 노력을 했는지'를 고른 기업이 52.2%로 절반을 넘어섰다. 기업들은 그 밖에도 △탈락이후 개선을 위한 노력(51.6%) △소신있는 재지원 사유(46.5%)를 미리 준비해 놓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구를 수행한 이요행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1순위 채용 기준은 지원자의 직무적합성"이라며 "취업자가 희망 직무를 조기에 결정하고 관련된 경험과 자격을 갖추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조사에 대해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취업준비생은 "경력직은 몰라도 신입 채용 지원자가 직무 관련 경험을 어디서 쌓나"라며 "돈 없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쌓을 수 있는 경력이 봉사활동과 아르바이트, 공모전인데 고려가 안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즉시 전력감이 필요하다"며 "훈련이 필요한 지원자 보다는 입사해서 맡을 업무를 어느 정도 숙지했거나 관련 전공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창준 고용부 청년고용정책관은 "모의 면접을 통한 맞춤형 피드백을 받거나 다양한 직무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