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잡자"­…日 소니, 대만 TSMC와 파운드리 협공

입력 2021-11-10 23:00

일본의 대표 전자회사 소니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 합작회사를 세우고 삼성전자에 협공을 가한다. 글로벌 반도체 대란 와중에 일본이 TSMC의 생산 시설을 유치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와 소니는 구마모토현에 총 70억달러(한화 약 8조2600억원) 규모로 22~28나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이곳에서 생산될 반도체는 첨단 제품은 아니지만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제품용으로 산업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내년 착공해 2024년 말부터는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해당 공장을 운영하는 합작회사를 구마모토현에 설립하며 소니가 5억달러(약 5900억원)를 출자한다. 소니의 반도체 자회사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스(SSS)가 지분 20% 미만을 취득할 예정이며 주식의 과반은 TSMC가 보유해 경영권을 갖는다.

그간 일본 정부는 안정적 반도체 수급을 목표로 TSMC의 자국 유치에 공 들여왔다.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하면 일본에 우선 공급하는 조건으로 공장 정비비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내친 김에 일본 정부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관련 개정 법안도 제출할 예정이다. 보조금 규모가 정식 결정되면 TSMC는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수천억엔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일본이 해외 기업에 실시하는 지원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TSMC는 현재 90% 이상의 반도체를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선 중국 장쑤성 난징시와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의 공장이 완공되면 해외 주력 생산거점으로는 미·중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결정에 대해 "반도체 부족이 세계적 문제가 되는 가운데 경제안보 관점에서 공장을 유치한 것"이라며 "각국이 TSMC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니가 구마모토 공장에 20%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되면 일본은 '입도선매' 하듯 향후 이곳에서 생산된 반도체 부품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될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TSMC의 미국 투자를 강력 요구했고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달러 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작년 5월 공식 발표했다. TSMC는 현재 최첨단 5나노 공정 제품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일본으로선 TSMC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본은 TSMC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